미소만 남기고 간 박근혜…20대 품기, 갈 길 멀다

"계단, 계단 조심하세요!"

지난 3일 오전 서울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잡(Job) 페스티벌''. 이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취업행사장을 찾았다. 박 후보를 둘러싼 수행인원과 기자들 때문에 행사장 안은 발밑조차 볼 수 없을 만큼 혼잡스러웠다.

"이거 사람 많아서 상담 못하겠네요/"

학생 두 명이 앉아있는 어느 기업 부스. 상담 직원은 웃으며 손에 들었던 펜을 내려놨다. 박 후보를 따르는 인파에 치여 여학생이 넘어지고 의자가 나뒹구는 판이었다.

"허허, 젊은 학생들이 왜 이리 패기가 없어?"


박 후보의 수행인원들은 쭈뼛대는 주변 학생들에게 연신 박 후보와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했다.

박 후보를 존경한다며 선뜻 악수를 청하고 사인을 받는 학생들도 있었다. 박 후보는 이날 학생들과 스무 차례 이상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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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님 여기 좀 봐주십시오."

박 후보를 둘러싼 인파가 잠시 멈춰섰다. 주차장 너머 계단 위에는 세 명의 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있었다. 소나기를 맞으며 1시간 넘게 박 후보를 기다리던 한양대 총학생회 간부학생들이었다.

''박근혜 후보님 등록금 840만 원 한양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팻말에 쓰여 있는 문구였다. 3명의 시위 학생들을 10여 명의 학교 측 직원과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박 후보는 시위 학생들에게 눈길을 던지더니 한 차례 손을 흔들고 곧바로 차에 올랐다. 박 후보가 자리를 뜨자 몰려있던 인파는 순식간에 흩어졌다.

"1학기에 찾아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는데, 박 후보는 미소만 남기고 떠났다"

한양대 총학생회 강경루 회장은 기자에게 "박 후보가 먼저 다가와 학생회의 얘기를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만약 박 후보가 대통령 되어서도 대학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늘 보인 미소에 실망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박 후보는 이날 행사장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을 강조하고 청년 신용불량자의 취업을 돕는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약속했다. 반값등록금 토론회(8월 23일)와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8월 26일)에 참석한 데 이어 세 번째로 20대 표심을 공략한 행보였다.

하지만 강 회장은 "등록금 몇 푼, 장학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다. 박 후보의 공약에는 청년 문제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의문이 든다"며 "대통령 후보라면 입에 쓴 얘기라도 약으로 생각하고 들어봐야 하지 않나. 학생대표인 학생회의 이의 제기에 말 한 마디 없이 떠나니 소통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한인규(남,23,국문과) 학생도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고, 지금도 법안 통과하면 이뤄질 수 있는 일인데 이제껏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대통합''이라지만 일방적일 뿐 학생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와 사진을 찍었던 한 학생도 "유명 인사를 만나니 연예인 본 기분"이라며 신기해하면서도 "사진 하나 찍은 걸로 박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지 않나. 대선에서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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