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33m면 사람도 날아가게 만드는 강풍은 순간 최대 초속 49.6m까지 치솟았다.
가로수와 신호등은 잡초 뽑히듯 뿌리째 뽑혀나갔고, 가족들의 든든한 저녁을 지켜온 지붕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렸다.

이미 제주도를 강타한 ''볼라벤''은 이날 오전 6시 현재 제주 서쪽 해상을 지나 목포 서남서쪽 약 140㎞ 부근 해상까지 진입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와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방파제를 덮쳐 마을이 침수됐다. 고압 전선이 끊겨 2만 6천 가구가 정전됐다.
전남 강진군 군동면과 완도군 약산면에서도 하염없이 주택이 무너져내렸고, 1만 5천여 가구가 암흑 속에 새벽을 보내야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6시 현재 전국 4만 2,773호가 정전됐으며, 1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속 30㎞ 넘는 속도로 북상하고 있는 ''볼라벤''은 오전 중 전라도를 거쳐 오후 3시쯤 서울 서쪽 약 170km 부근 해상까지 다가온 뒤, 이날 저녁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할 예정이다.

만조가 겹친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는 이날 오전 해일도 우려된다. 지난해 일본을 덮쳤던 해일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터다. 이날 오전 6시 현재 제주도와 남해 서부 해상의 파도는 10m를 훌쩍 넘기고 있다.

매머드급 태풍을 처음 경험해볼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은 대부분 휴업 상태에서 동네 문방구와 친구네 집을 덮치는 강풍의 위력을 목격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미 비상근무 체계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올렸으며, 23개 관련부처와 기관 모두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강풍이 몰고다니는 폭우는 앞으로도 전국에 100mm 이상 쏟아질 전망이다. 완도 보길도 등엔 벌써 150㎜ 넘는 비가 퍼부었다.
강풍에 폭우가 흩날리면서 대부분의 지역에선 앞을 보지 못할 정도다. 서울, 경기도와 강원도 영서 지방엔 29일 새벽까지도 비가 계속 내릴 예정이다.
''15호''가 지나가도 이 악몽같은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14호 태풍 ''덴빈''이 타이완 부근 해상에서 한반도를 향해 동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75헥토파스칼(hPa), 중심최대풍속 초속 36m인 ''덴빈''은 30일쯤부터 한반도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