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DJ, 진짜 문화를 사랑하셨던 대통령"

- 애착 장애로 자녀들에게 미안하기도
- 브레히트 제자 "판소리, 창극을 한국인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말할 때 부끄러워
- 올림픽 비인기 종목처럼 "국가와 정부의 관심과 지원필요"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게스트 : 국립창극단 김성녀 총감독, 맛칼럼리스트 김유진



김성녀
<<미각스캔들>>

◇ 김미화> 맛있는 이야기 향이 가득한 김미화의 주방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벌써 8월의 마지막 주간이네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시작되는 막바지, 이맘때는 뭘 먹어야 할지 오늘도 맛칼럼리스트 김유진 씨 나오셨어요.

◇ 김유진> 네, 안녕하세요.

◇ 김미화> 이맘 때 쯤에는 뭘 먹어요?

◇ 김유진> 절기가 왔으니까 먹어줘야 한다면, 전어. 왜 기왕나간 집에 돌아오는지를 모르겠어요.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하는데. 전어가 워낙 기름진 생선이에요. 연탄불이나 숯불 위에서 구우면 석쇠 밑으로 기름이 똑똑 떨어져요. 또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요. 이양반들이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집으로 꼭 돌아가네. (웃음) 전어 참 좋고요, 내일 걱정이에요. 기동력 있게 준비한 게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도 된다고 하니까 안심이 됩니다. 어머님들 기왕 나선 김에 김치전. 김치소 좀 털어내고 슴슴슴 썰어서 김치전하고, 아이들이 칼칼하고 매운 거 안 좋아하면 호박하고 부추 썰어서.

◇ 김미화> 아우, 어른도 좋아하죠. 애들도 학교 안 가는 김에 어른들도 반나절만 일했으면 좋겠어. 태풍 온다고 김치전 먹으라고 하고.(웃음)

◇ 김유진> 괜찮네.(웃음)

◇ 김미화> 그럼 일은 누가하나.(웃음) 김유진 씨 오늘 나온 이분도 음식 참 잘 하실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 김유진> 손 맛. 그리고 몸에서도 그런 풍미가 풍겨 나오세요.

◇ 김미화> 이분은 누구세요? 소개 좀 해주세요.

◇ 김유진> 30년 마당 놀이전으로 유명하신 분이시고요, TV, 뮤지컬, 드라마, 연극 팔방 미인이 딱 어울리는 한국의 대표 예인이십니다. 바로 국립창극단 예술 감독님.

◇ 김미화> 올 가을부터 국립극단들이 국립레퍼토리 시즌을 시작한다는데, 두 달 뒤 공연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국립극단에 일 년뒤 공연을 예매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어요. 시즌 첫 공연으로 국립창극단의 <수궁가>를 준비하고 있는 김성녀 예술감독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녀> 처음부터 맛있는 음식 얘기하니까 군침이 돌아서.

◇ 김미화> 전어 구어 보셨어요?

◆ 김성녀> 구운 것만 먹어봤지. 집에서 구워보지는 못했어요.

◇ 김미화> 요리 잘 하실 것 같은데요?

◆ 김성녀> 시간 있으면 요리 라는 걸 좋아하죠. 설거지를 싫어하지.(웃음)

◇ 김미화> 김성녀 감독님은 예전에 뵀을 때보다 예뻐지시고 표정이 좋아 보여요. 파마를 해서 그런가?

◇ 김유진> 장 자리 맡으면 아무래도.(웃음)

◆ 김성녀> 그런 것보다 나이 먹으니까 어느 순간 풀어진 부분이 있지 않나, 그동안은 열심히 그저 살벌하게 살았다고 치면, 이제는 좀 풀면서 가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표정에 여유가 있어 보이나?

◇ 김미화> 풀었다는 건 여유로워 졌다는 건가요?

◆ 김성녀> 네. 할머니가 되어가는 여유로움이랄까?!(웃음)

◇ 김미화> 국립창극단 예술 감독님 되신지 5개월 정도 되셨어요. 어떠세요?

◆ 김성녀> 거기가 골치 아프다고 다들 말렸다는 자리였습니다. 가서 보니까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소통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일단 단원들과 마음을 열어봤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서로 웃으면 낯을 맡대고 이젠 으쌰으쌰 하고 잘 해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 또 시한폭탄이 터질지 모르겠습니다. (웃음)

◇ 김유진> 그 전까지는 소통이 원활하게 잘 안 됐던 건가요?

◆ 김성녀> 어느 국립단체든 문제가 많습니다. 사람 모이는 곳에는요. 그걸 리더가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조금 좋아질까 경직될까 하는데. 그전까지 문제가 많이 있어서 제가 외려 가서 풀었더니 저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미화> 감독님 올해가 안식년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쉬셔도 되는데. 일복이 많으시네요.

◆ 김성녀> 저는 사실 몸도 피곤하고 그동안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차처럼 쭉 달려서 이번에 좀 쉬어볼까 했는데, 아직은 쉴 시기가 아닌가 봐요. 이왕 주어지고 꼭 해야 한다면 또 열심히 해보자 하고 다시 갔더니 다시 가네요, 또. 쉬려고 했는데.(웃음)

◇ 김미화> 표정 좋은거 보니 일 하셔야겠네요.

◆ 김성녀> 요즘 다들 일자리 없어서 힘든데 일자리 있다고 투덜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열심히 해보려고요.

◇ 김유진> 보통 일반인들이 창극 그러면 대충은 알 잖아요. 어느 정도 윤곽은 잡히는데 정확히 다른 분들에게 어떻게 소개해주세요?

◆ 김성녀> 전통 뮤지컬?! 우리 전통소리로 하는 뮤지컬. 판소리라고 하는 모노음악드라마라는 장르가 유네스코에 유산으로 등재됐잖아요. 그 판소리 음악을 바탕으로 극이 있는 거예요. 뮤지컬처럼 춤추고 소리하고 연기하면서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장르가 창극입니다.

◇ 김미화> 감독님은 창극부터 시작하셨어요?

◆ 김성녀> 저는 미니 극단이라는 곳에서 우리 연극을 하다가, 함께하던 선생님이 극장장 님이 되시면서 저한테 창극을 경험해봐라, 연극이 서양연극 위주니까 우리 말의 맛을 못 느낀다, 음률이나 정서를 알려면 창극을 해보는 게 좋겠다 해서 국립창극단에 한 4년 있었죠. 그리고 국립극단에 4년 있었고요. 그리고 나와서 자유롭게 활동했는데. 창극단은 어릴 때 있었던 고향으로 돌아간 겁니다.

◇ 김미화> 창극, 연극,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드라마. 본래 어떤 걸 주력으로 하시는지는 헷갈려 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 김성녀> 장르 모두가 고목나무 같은 큰 나무의 줄기에서 나온 거죠.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 한 거죠. 제가 전혀 다른 분야를 하는 건 아니라서 다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춤추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걸 한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김유진> 제가 마당놀이를 7번 봤거든요. 도대체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 김성녀> 에너지는, 한이 맺혀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것이 대접 못 받는다는 한. 연극도 서양연극을 해야 명배우고 예술이고. 우리 것을 하면 된장냄새 난다, 엽전이다 하며 골동품 취급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자. 마치 독립운동 하듯이 이런 의식을 가지고. 그래서 마당놀이 30년동안 더블 한 번도 없이 노배우들이 청춘을 거기에 불사른 것도 한을 흥으로 푼 것 같아요.

◇ 김유진> 윤문식 선생님은 허리가 아파서 못 움직이세요.

◆ 김성녀> 그 분은 나이가 들어서 허리가 아플 수도 있는데, 마당놀이해서 허리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시죠.(웃음) 왜냐면 나이에 비해서 움직임이 많으니까. 심봉사 역할을 하면 누워서 싱크로나이즈 흉내를 내게 했거든요. 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걸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허리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시는 거예요. 노환이 실 수도 있는 걸.(웃음) 이렇게 하면 윤문식 씨가 듣겠죠?

◇ 김미화> 움직임을 반대로 시키세요.(웃음)

◆ 김성녀> 워낙 그 분이 운동도 잘 하시고, 운동 신경이 발달되셔서 온갖 동작을 다 소화하셨는데 몇 년 전 부터 동작에 제약이 있으시더니 그러면서 마당놀이 그렇게 했다고 농담 겸 그렇게 하시죠.

◇ 김미화> 윤문식 선생임과 부부냐 오해 많이 받으시죠?

◆ 김성녀> 30년 간 콤비로 일하니까,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나봐요. 제가 예전에 KBS에서 하는 <빅쇼>에 나갔는데 같이 사는 손진책 씨는 창피하다고 객석에 앉아있고, 윤문식 씨가 나와서 우리 가계를 설명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가족이다. 계속해서 지금까지도 내기를 한다고 합니다.

◇ 김유진> 질투 안 하세요?

◆ 김성녀> 절대요.

◇ 김미화> 질투가 있겠어요? 일부러 만들어서도 주시는데. 연출하시잖아요. 김유진 씨가 김성녀 선생님을 속속들이 알아보는 오감토크 진행해주세요.

◇ 김유진> 오감토크는 질문당 20초 내로 짧게 답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살아오면 솜사탕처럼 가장 달콤했던 순간은?

◆ 김성녀> 아무래도 손진책 씨하고 연애하던 시절이 아닌가 싶어요. 극단 단원 남자들이 다 총각인데, 손진책 씨하고 몰래몰래 달콤하게 했던 순간이 아닌가 합니다.

◇ 김유진> 낯선 음식을 대할 때처럼 긴장하고 설레었던 때는?

◆ 김성녀> 첫 날 첫 공연 때.

◇ 김유진> 한약처럼 먹긴 먹어야 하는데 피하고 싶은 쓰디쓴 좌절의 순간은?

◆ 김성녀> 제가 너무 밖에서 열심히 살아서 두 아이한테 꼭 필요할 때 엄마 역할을 못해줘서 애착장애가 조금 생겨서 아이들이 힘들어 한 것을 봤어요. 그게 제 인생에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어요. 지금 아이들한테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유진> 의상 바구니에서 자고 어렵게 공부하고. 매운 겨자소스처럼 눈물 핑 돌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 김성녀> 8남매 맏며느리에다 6남매 장녀에다 일하고 공부하고 이럴 때. 경제적인 어려움과 함께 굉장히 어려웠었습니다. 그 때 제가 용광로에 몇 번이나 들어갔던 시절이라고 하는데, 제가 30대 때. 10년 내 힘들었습니다.

◇ 김유진> 달콤했던 순간보다 쓰디쓴 순간이 더 기억에 남으시나 봐요.

◆ 김성녀> 6남매 장녀여서 장녀 역할도 해야 했지만 결혼해서 8남매 맏며느리였어요. 제사만 해도 일년에 열 댓번 있고. 공부도 해야 했고 밖에서 활동도 해야 했고 돈도 벌어야 했고. 그래서 25시가 저한테 투쟁이었어요. 그 때가 제 인생에 가장 고통스럽게 열심히 극복하며 살았던 시기라 그 시기가 있어서 지금 편하지 않나.

◇ 김미화> 연기하고 일하는 사람의 공통점일 것 같은데, 아이들이 필요할 때 엄마가 없는... 그래서 저도 아이들한테 미안함 같은 게 있는데. 맏며느리의 역할, 장녀의 역할 이걸 다 소화하시며 힘들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겨내셨어요?

◆ 김성녀> 제가 그때 철이 없어서 제가 최선을 다하는 것만 생각하고 집에 들어가면 피곤하다는 말만 하니까. 우리 아이들이 엄마 피곤하지, 자, 이불 갖다 줄까? 물 갖다 줄까? 하면서 아이들이 저를 케어 했어요. 저는 내가 열심히 살면 아이들이 잘 크는 줄 알고 우리 애들이 최고라고 자랑만 하고 지냈는데. 나중에 우리 딸이 뮤지컬 한다고 유학가고 애들이 다 외국에 갔는데 힘들 때 의논할 엄마가 없었던 거예요. 엄마는 자기들이 늘 돌봐 줘야 하고 힘든 엄마만 보였으니까. 나중에 아이들이 힘들 때 굉장히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미안하다.. 그 전에는 엄마가 뭘 잘못했느냐,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엄마 노릇을 못했다, 너희들에게 선생님이었구나. 이렇게 대화하면서 이제 애들과 소통이 됐습니다. 내 인생이 다시 온다면 애들에 대한 투자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 김미화> 김성녀 선생님 말씀 들으며 뜨끔했는데요, 애착장애는 어떤 증상인가요?

◆ 김성녀> 우리 아이들이 우울증에 걸려서 힘들어 할 때 제가 책도 보고 공부를 많이 했어요. 저는 늘 아이들이랑 다퉜어요. 왜냐면 이게 옳은데 왜 안해? 이게 옳잖아.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 말은 옳아, 하지만 안 들어요. 왜 그러냐 했더니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아이들을 엄마가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아이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야 한다는 거예요. 장점, 단점을 얘기하기 이전에. 사랑이 듬뿍 갔을 때 애착장애가 없어진다는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 선생님이었어요. 네가 예술계를 나오려면 엄마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네 힘으로 가야해, 강해져야해, 그리고 칭찬 안하고. 이걸 고쳐야해, 춤을 출 때도 이렇게 해야 해. 엄마가 선생님이었어요. 엄마가 두렵고 엄마 앞에서 잘 보여야 할 것 같고. 엄마가 없었던 거예요. 애착장애라는 게 엄마는 늘 아이들한테 잘 잘못을 가리지 않고 무한한 애정을 줘야 하지 않나. 그런 공부를 했습니다. 어릴 때 그렇게 해야 합니다.

◇ 김유진> 애착장애가 악영향을 끼치면 모든 걸 부정하잖아요. 부모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는데, 지금 아드님이 조연출 하시잖아요.

◆ 김성녀> 이제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우리 딸도 일 찾고 코이카로 몽골 가서 지금 봉사활동하고 있고요, 우리 아들도 연극 절대 안하겠다고 하더니 각광받는 신인연출가로 발돋움 할 것 같습니다.

◇ 김미화> 자녀들 어떠세요? 엄마가 가는 길, 아빠가 가는 길을 가고 있는데.

◆ 김성녀> 저는 반대하거나 끌어주거나 하는 것보다 본인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온 삶이 도움이 된다면 해도 되는 것이고, 전혀 다른 길을 간다면 가야 되겠죠.

◇ 김유진> 그래도 각광받는다는 수식어를 써 주셨잖아요. (웃음)

◆ 김성녀> 우리 아들은 지금 그러고 있어요.

◇ 김유진> 그리고 김종엽 선생님하고 윤문식 선생님하고 30년을 같이 하셨잖아요. 정말 이것만큼은 털어놓겠다, 하나만 얘기해주세요.

◆ 김성녀> 제가 그동안 인터뷰를 많이 해서 웬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는 다 했습니다. 윤문식 선생님 팬티 벗긴 것부터. (웃음) 이런 건 너무 많이 얘기해서 식상할 것 같고요.

◇ 김미화> 저는 모르는데요. 왜 벗겨졌어요?

◆ 김성녀> 이춘풍 전을 하는데 그 때 윤문식 씨가 노랫말을 잘 못해서 달로 나왔어요. 이춘풍 마누라가 나무에 기대서 우는 장면인데 윤문식 씨가 달을 들고 서있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돌아서 게가 바지를 벗겼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전체가 다 벗겨진 거예요. 관객들은 모두 웃고 윤문식 씨가 달을 들고 나를 때리려고 쫓아오고 도망가는 헤프닝이 사람들은 마당놀이의 한 장면인 줄 아는 거예요. 단원들 악사도 다 보고 하니까 그 장면을 그 다음부터 기다리는 거예요. 연출자 한테 혼나지만 매번 제가 하는 거예요. 그랬더니 윤문식씨가 매번 다른 팬티를 입고 왔어요. (웃음) 이제 30년 끝내고 돌아보니까 윤문식 씨는 심청전의 심봉사를 굉장히 원했었어요. 심봉사 되면서 부인이 돌아가셨어요. 2년 후 다시 심청전을 할 때 새 부인을 만났어요. 그래서 곽 씨 부인을 떠나보내고 새 부인을 만나는 역사를 마당놀이에서 만들었고, 김종엽 씨는 결혼식을 마당놀이에서 했습니다. 1 막 끝나고 인터뷰시간에 관객을 하객으로 놓고 저희가 결혼행진곡 국악으로 만들고요, 한 분은 결혼식을 마당놀이에서 했고, 한 분은 부인을 떠나 보내고 새 부인을 만나는. 이게 두 사람에게 기억에 남는 마당놀이가 아닌가 합니다.

◇ 김미화> 남편이 국립극단 예술 감독이시잖아요, 동생분도 김성예 명창이시고. 작품 할 때 집안에서 서로 고집 때문에 다툰 적 있나요?

◆ 김성녀> 손진책 씨하고 저하고 집에서 별로 싸울 일은 없는데 작품으로 많이 다툽니다. 손진책 씨가 연출가니까 배우들에게 시키잖아요. 저희는 배우지만 대등하게 일해야 한다는 자존심 싸움을 많이 했었고요. 결과적으로 손진책 씨 말이 맞아요. 큰 숲을 보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말하는 방법이 틀려서 저랑... (웃음) 나중에 손진책 씨 말대로 가기는 하죠. 손진책 씨 집안보다 저희 집안이 예인이 많아서, 저희 식구가 모이면 손진책 씨가 연출해서 일주일 동안 매일 다른 공연을 할 수 있겠죠. 국극부터 시작해서 뮤지컬, 연극, 콘서트까지 다 할 수 있는 가족입니다.

◇ 김미화> 남편이 연출하고 내가 연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느낌이 어때요?

◆ 김성녀> 손진책 씨가 저의 장점을 가장 잘 알고, 내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낼 수 있는 연출이니까 그런 면이 좋고요, 또 저도 손진책 씨의 연출의 장점을 잘 아니까 그런 건 좋은데, 서로 예의가 없어지는 게 단점이에요. 제가 다른 연출자하고 작업하면 얼마나 예우를 갖추고 작업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말 함부로 하죠. 저도 다른 연출자가 말하면 잘 할텐데 꼭 딴지 걸죠.(웃음) 이런 것 때문에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단원이랑 같이 하는데 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고 어떻게 부부가 같이 일하는데 여자가 시끄럽냐고 초반에 그랬는데, 저는 부부가 아니라 배우 대 연출이다, 저를 배우로 객관적으로 인정해라. 이렇게 싸워갖고 한동안 그게 좀 힘들었죠.

◇ 김유진> 어머니께서 박옥진 선생님이시잖아요. 예인이 되는 일이 힘드니까 선생님을 되라고 얘기하셨다는데, 왜 예인의 길로 드셨어요?

◆ 김성녀> 저희 엄마하면 다들 공옥진 씬 줄 알아요. 저희 어머님은 <임춘례와 그 일행>이라는 여성 국극의 히로인이었고 굉장히 소리를 잘하시는 분이에요. 그 시대 예인들은 고생만 했으니까 이런 고생길은 가지 말고 선생님이 되라고 얘기하셨어요. 저는 그래서 공부도 하고 싶고 했는데 엄마가 쓰러지는 바람에 늦게 학교에 갔어요. 저는 만학으로 교수가 됐거든요. 그래서 제 어머니가 늘 옳은 모습을 보여줬고, 엄마가 바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나중에 교수도 되고 예술 활동도 같이하니까 엄마가 좋아하셨어요. 그걸로 하나는 효도를 했다고 해요.

◇ 김미화> 마당놀이나 창극은 대통령들께서도 관심이 달랐을 것 같아요?

◆ 김성녀> 저희가 마당놀이 하면서 구경오신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3번 오셨나?

◇ 김미화> 아, 정말요? 딴 분들은요?

◆ 김성녀> 대통령 분들은 잘 보러 안 다니시죠.

◇ 김미화> 영화도 보러 가셨다고 하던데요.

◆ 김성녀> 이슈가 되면 <서편제>같은 영화나 분위기 전환으로 보러 가셔도 진짜 문화를 사랑하시는 분은 제가 보면 김대중 전대통령 때 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분도 대통령 되고는 못 오셨어요. 물러나시곤 오셨어요.

◇ 김미화> 그냥 안 가셨다면서요? 티켓도 다 사서 가시고요?

◆ 김성녀> 수행원이랑 많이 오시는데 꼭 금일봉도 주시고. 문화 예술에 대한 대접은 잘 해주신 것 같고요, 국무총리들도 오신 적도 있고요. 그 외 정치인들도 많이 오셨지만 대통령 현직에 있을 때는 못오셨지만요.


◇ 김미화> 후배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흉내를 많이 내서, 한 번 뵀을 때 왜 내 흉내를 내며 돈도 한 푼도 안 준다고. (웃음)

◆ 김성녀>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이 높으신 분인데, 문화예술에 앞장서서 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겪어보니까.

◇ 김유진> 창극하고 판소리, 명절 때 TV에서 틀어주는 특집방송 아니면 잘.. 대중화 됐다고 말하기가 어렵잖아요. 감독님 입장에서는 숙제를 하셔야 하잖아요. 더 대중화 하고 더 편하게 풀어주셔야 할 것 같아요.

◆ 김성녀> 판소리 자체가 전통을 고수해야하지만, 창극은 이 시대와 같이 가야 하니까 시대에 맞는 작품이 있어야 해요. 컨템포러리 형식으로 우리가 찾아갈 수 밖에 없는데, 이 시대에 무엇을 얘기 할 것인가. 그 소재는 우리 것으로 하더라고 공감할 수 있는 시대상이 들어가야 21세기 관객이 함께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춘향전>, <심청전> 같이 우리 바탕에 했던 것을, 그걸 안 하는 건 안 되지만, 서양 거장을 데려다가 <수궁가>처럼 요즘에 맞는 코드로 현대화 시켜보자. 이렇게 해서 작업을 해보려 합니다.

◇ 김미화> 이번에 <수궁가>가 브레히트의 마지막 제자인 아힘 프라이어 씨. 연출을 맡으셨어요.

◆ 김성녀> 유명한 오페라 연출가이고,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명성을 얻는 연출가입니다. 창극을 처음 하겠다고 하니까 이 판소리의 우수성을 간파했어요. 그 형식을 살려서 <수궁가>를 만들었어요. 의상부터 독특하고 무대가 하나의 회화처럼 그림처럼 만들어지게연출을 했고,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것이 아닌 볼거리, 정제되고 모던한 연출이 각광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힘 프라이어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렇게 좋은 예술을 한국 사람들은 왜 좋아하지 않을까, 관심이 없을까. 그게 참 궁금하다고 말하는데 제가 가슴이 참 아픕니다.

◇ 김유진> 사실 브레히트 감독님이 워낙 대가시지만, 그 분들이 우리 걸 이해하실 수가 있나요?

◆ 김성녀> 명장은 명장이다. 판소리 틀을 소리꾼이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만들었고, 그리고 단순히 옛날 용궁얘기만이 아니라 요즘 환경오염이 심각하잖아요. 그래서 세트가 페트병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요. 그거에 대한 메시지도 전하고 요즘 하고 싶은 말을 녹여내는 게 역시 거장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미화> 9월5일부터 하나요?

◆ 김성녀> 네, 9월5일부터 8일까지 국립극장대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합니다.

◇ 김미화> 지치지 마시라고 유진 씨가 음식 맛있게 대접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 김유진> 선생님 토속적이실 것 같은데, 세련된 느낌도 있고. 고민을 좀 했는게 우리 음식중에도 퓨전이 있어요. 아주 오래된 음식인데, 우리 음식이 맞나 싶은 토장 만두국. 전골로 대접해들고 싶어요. 만두는 기왕이면 좀 튼실하게 크게 만들되 두부, 호박, 부추하고 막 썰어 넣었을 때. 김치를 깨끗이 빨아서 아주 잘게 다져요.

◆ 김성녀> 어쩜 말을 그렇게 맛있게 하세요?

◇ 김유진> 감사합니다. 탁 씹히는 맛 좋을 것 같고요. 선생님이 드시면 만두도 이뻐 보일 것 같아요. 국물은 시골에 있는 막 된장 같은 토장 풀어서 국물 만들면 구수하고요. 여기다가 밥 말아 드셔도 좋아요. 선생님 다이어트는 하루만 참으시죠.

◆ 김성녀> 다이어트 할 나이는 아니에요. 힘 빠지니까. (웃음) 밥 심으로 사는데요.

◇ 김미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세요?

◆ 김성녀> 일단 창극 대중화에 힘을 쏟고 싶고요. 비인기종목이라서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 듯이 기업이나 나라에 정책하는 분들이 투자를 많이 해주시면 우리 자존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했으면 합니다.

◇ 김미화> 다 이루시길 바랍니다. 오늘 두 분 고맙습니다.

◆ 김성녀> 고맙습니다.

◇ 김미화> 국립창극단에 김성녀 예술 감독님, 맛 칼럼리스트 김유진 씨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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