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즐거움''the joy of sex'''' 전시회를 통해 본 우리사회

국제 갤러리 ''섹스의 즐거움(the joy of sex)'' 전시 6일 차분하게 마쳐

섹스의 즐거움
파격적인 성애묘사로 화제를 모았던 ''''섹스의 즐거움(the joy of sex)'''' 전시가 한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이 전시는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팀 노블(39)과 수 웹스터(38) 커플이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묵은 일급 호텔에서 작가 자신들의 다양한 체위의 섹스 장면을 묘사한 40점의 그림들을 한자리에 모은 것.

2002년 일반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며 화제를 모았던 일본의 사진작가 ''아라키''의 전시회처럼 다소 파격적인 그림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현재 우리 관객들의 반응은 평온했다.

6일 소격동 소재 국제 갤러리에서 막을 내린 ''섹스의 즐거움(the joy of sex)'''' 전시에서 공개된 40점의 드로잉들은 남녀 성기나 체모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실제 섹스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 디렉터 유진상 씨는 "논란이 될만한 그림들이지만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은 유명한 작가들이고, 전시는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와야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관람불가였던 데다 이 갤러리의 통상 전시회에 드나드는 평균 관람객 수보다 적은 하루 200여명 수준이었다.

관객은 대부분 20~30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의외로 중장년층의 남자들이 많았던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강의도 해주느냐?'', ''16세는 보면 안 되느냐?''등 각종 호기심어린 문의 전화가 이어져 평소 전시관 측이 접하지 못했던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는 설명이다.

박상학
의외로(?)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쓰레기로 만든 조형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관객들은 다소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김상욱, 심혜진 씨(27)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쓰레기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왔다"며 "그동안 국제 갤러리를 많이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대중적인 소재도 아니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훈 씨(29)는 "아직 우리 사회가 이런 것을 예술로 받아들이기엔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며 "새롭긴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특별한 거부감은 없지만 이런게 예술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


국제 갤러리 측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기 때문에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나, 작가를 동양권에 선보이는 차원에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들의 작품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섹스의 즐거움''''을 통해 본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 논란
우리나라는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사회적 문화적 시각에서 논의하기 보다는 법의 잣대로 판단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예를 보면 2001년 최태경 작가의 ''''빨간앵두''''전은 여고생의 오랄섹스 묘사가 공연음란죄로 기소되어 전량 소각된 바 있고 김인규 교사는 부인과 함께 찍은 누드사진 등이 논란이 되어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김인규 교사의 작품에 대해 "묘사가 사실적이고 성기가 전체 그림을 압도한다", "얼굴과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필연성이 없다"등의 이유를 들었다. 법의 보수성을 여실히 드러낸 대목이다. 작가의 창작 의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작품자체만 보고 평가하려는 법원의 인식이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기형적 성문화에서 기인''''

김용익(경원대·서양화)교수는 김인규 교사의 "작품이 인간의 몸이 자본주의, 상업주의 속에서 왜곡되고 상품화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한 훌륭한 ''작품''임에도 유죄판결은 받은 것은 우리 사회가 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형적으로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이면서 이면에서는 이미 왜곡된 성문화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나 경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밀려 ''사회적 아젠다''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섹스의 즐거움'' ,성을 공론화 할 수 있는 ''작은 계기''''''마련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섹스의 즐거움'''' 전시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섹스의 즐거움''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관념을 공론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로 작용한다"고 내다봤다.

"고속도로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는 그림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하위문화에 속하는 그림이 국제 갤러리 같은 메이저급 전시장에서 열린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여기서도 이런 작품이...''하며 우리나라의 왜곡된 성을 조금 더 가시화하고 공론화 할 수 있는 화두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면을 지적했다. 즉 ''''''''빨간앵두'''' ''''김인규 누드''''는 안되는데 왜 이것은 되는가 등을 이슈화 시킨다는 점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성문화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게끔 하는 ''''작은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는 얘기다.

한편 18~25일 홍대에 위치한 꽃 갤러리에서 김인규 교사 판결 항의 전시에 참여한다고 밝힌 김 교수는 ''''이 같은 전시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이어 행해져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갖게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컷뉴스 박상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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