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제민주화, 논쟁만 있고 입법은 요원하고

강경파와 온건파 ''수위'' 놓고 연일 충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대선 전까지 입법화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위''를 놓고 강경파와 온건파 간 연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파 측에서 빠르면 다음 주 금산(금융자본·산업자본) 분리 방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공약했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법안으로 제출해 실천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추진과 관련한 당내 비판에 대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발언에도 역행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총선 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이다. 남경필 의원을 좌장으로 하는 실천모임은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함께 경제민주화 관련 강경파다.

김종인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 연이틀 인터뷰에서 "대선 전에 경제민주화를 포기한다고 하면 (박근혜 전 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완전히 상실할 수 밖에 없다"며 "대선 전에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면 절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맞서 경제민주화와 함께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온건파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박근혜 캠프의 최경환 총괄본부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실천모임이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경제민주화는 내용이 문제다. 재벌과 관련된 건 상당히 조심스럽기 때문에 함부로 할 게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었다.

최경환 본부장은 최근 "경제민주화 이슈를 대선 전까지 가져갈 수 없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성장과 분배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다는 말"이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일단 강경파와 온건파 모두 이같은 노선투쟁을 건강하게 봐 달라는 입장이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위원장의 존재감 때문에 사당화 논란을 빚고 있었던 만큼 당내 논쟁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양측의 ''입장''만 있을 뿐 실제 성과물을 내기 위한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실천모임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관련 3개 법안의 경우 대선 전까지 입법화될 가능성이 낮다.

이 원내대표가 "당론이 아니다"라고 일축해 법안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일단 대선을 앞두고 여야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실천모임이 낸 법안과 당 차원에서 계획하는 법안을 상임위에 같이 올려서 논의하면 된다"면서도 "대선 정국이라는 것과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하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대선 전까지 입법화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기간 동안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입장 차가 좁혀지는 ''과정''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니다. 구체적 방안에 대한 쟁점 토론은 없고 개념이나 정당성을 놓고 추상적인 공중전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입장 차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언론을 통해 싸우는 모습만 보여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 측근은 "양 쪽 모두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가 목표라는데 의견이 같지 않느냐"며 "논쟁도 적당히 해야지 지금처럼 가면 좋지 않다. 빨리 머리를 맞대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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