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비쇼프, 명승부만큼 빛난 스포츠맨십 ''감동''

남자 유도 81kg급 금,은메달…승자와 패자에 대한 배려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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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오심으로 ''오심픽''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스포츠맨십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선수들도 있다.

유도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재범(26)과 결승전 상대 올레 비쇼프(33, 독일)가 그 주인공이다. 김재범은 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유도 남자 81kg급 결승전에서 비쇼프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4년 만의 설욕전이다. 김재범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종료 1분 30여 초를 남기고 안다리걸기 유효를 허용해 은메달에 머문 ''한''이 있다. 이번엔 정반대였다. 안다리걸기로 유효 2개를 따내며 비쇼프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김재범은 양팔을 벌리고 포효했다. 얼굴에는 벅차오르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원희(은퇴)에 이은 두 번째 그랜드슬램이자, 부상투혼으로 일군 승리. "올림픽에서 꼭 다시 붙고 싶던" 비쇼프를 꺾은 터라 감격이 더했다.

하지만 ''승자'' 김재범은 ''패자''에 대한 예의와 배려를 잊지 않았다. 도복띠를 정리한 후 마주 선 두 선수는 목례를 한 후 진한 포옹을 나눴다. 김재범은 비쇼프의 몸을 감싸안고 명승부를 펼쳐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듯 했고, 비쇼프는 잔뜩 상기되어 있는 김재범을 부드럽게 껴안고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두 선수는 시상식에서도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재범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금메달을 깨물며 어린아이마냥 좋아했다. 비쇼프는 그런 김재범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승자였다. 금,은,동 메달리스트는 어깨동무를 한 채 그 순간을 맘껏 즐겼다.

시상식이 끝난 후 메달리스트들은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때 비쇼프는 활짝 웃으며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에게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는 매너를 보였다. 관중들은 고된 훈련에 대한 결실을 맺은 선수들에게 기립박수를 쳐주었고, 선수들은 환한 웃음으로 답례했다.

결승전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김재범은 "비쇼프는 4년간 나이 먹은 티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체력과 힘이 좋다.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옆자리에 있던 비쇼프는 "4년 전 김재범은 어린 아시아 챔피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김재범은 더 강해졌다"고 챔피언을 인정했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명승부만큼 빛난 스포츠맨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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