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큰 부상임을 직감한 강재원 감독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김온아는 들것에 실려나갔다. 진단 결과, 무릎 근육이 찢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남은 경기 출장도 어려울 전망이다.
김온아는 대표팀에서 부동의 센터백이다. 센터백은 공수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우리팀의 공격은 김온아의 손끝에서 시작된다. 김온아는 송곳패스로 꽉 막힌 활로를 뚫어준다. 골결정력도 좋다. 169cm 단신이지만 위력적인 슛을 수시로 쏘아댄다. 이날도 혼자 4골을 책임졌다. 1대1 돌파는 막을 자가 없다.
센터백은 중요한 자리이다. 경기 중 심적인 부담감과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온아는 포커페이스다. 마음 속으로는 수 만가지 생각을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팀의 에이스이자 센터백인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동료들도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속이 깊다. 그래서 부상으로 인한 낙마가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2008년 베이징 대회 때는 풋풋한 스무살 막내였다. 당시 최고참 오성옥과는 16년 차이가 났다. 김온아는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였다. 그때는 언니들이 하라는 대로 그저 열심히 뛰기만 했다.
이번 올림픽은 달랐다. 김온아는 대표팀에서 어엿한 중고참이다. 6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그만큼 경험이 쌓였다. 팀 전력의 핵심이다. 유은희(22), 이은비(22) 등 후 배들을 잘 이끌고 싶었다. 김정심(36), 우선희(34) 등 언니들을 잘 돕고 싶었다. 그래서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에 가슴이 더 쓰릴 수밖에 없다.
김온아는 두 사람 몫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친동생 김선화(21)도 핸드볼을 한다. 인천시체육회에서 3년째 한솥밥을 먹는 두 자매는 지난 4개월 동안 대표팀에서 지옥훈련을 함께 견뎠다. 하지만 같이 고생했던 동생 김선화는 최종 엔트리(14명)에 포함되지 못했다. 그래서 부상이 더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를 뛰지 못한다고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안한 마음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팀 동료들은 부상당한 김온아 몫까지 하기 위해 더 힘을 낼 것이고, 김온아는 경기장 밖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면서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김온아의 두 번째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30일 오후 19시 15분, 강호 덴마크와 조별리그 2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