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김 위원장과 보수경제자 출신의 이 원내대표의 충돌을 두고 주도권 다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정책 노선을 둘러싼 건전한 논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김 위원장이다. 그는 언론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인적 구성에서 제대로 경제민주화가 실행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는 질문에 "이한구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재벌기업에 종사하면서 그쪽 이해를 많이 대변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김 전 위원이 말하는 경제민주화 내용이 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경제민주화는 사회정치학자들은 쓰지 않고, 경제학 주류인 영미 경제학자들도 그 용어를 쓰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이로 보나 그간의 경험으로 보나 친박(친박근혜)계의 맏형님 격인 두 사람의 장외설전은 곧바로 대선 출마선언을 앞두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정책노선을 놓고 벌이는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좌장역할을 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은 대선 경선에서도 홍사덕 위원장과 함께 캠프 좌장 역할을 하며 박 전 위원장 대선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원내대표 역시 원내사령탑으로서 현재 새누리당의 정책은 물론 차기 대선과정에서 박 전 위원장이 내세울 각종 정책공약을 원내에서 실현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이 장외공방을 벌이는 자체가 주도권 다툼이라는 것이다.
여기다 일각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전통이 깃든 독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을 이끈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과 자유주의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미국에서 공부한 뒤 대기업 경제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한 이 원내대표가 추구하는 기본가치 자체가 달라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박 전 위원장이 출마도 하기 전에 벌이는 두 사람의 힘겨루기 양상을 지켜보는 친바계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홍사덕 위원장은 "두 사람 모두 경제민주화의 추상적 목표는 합의하고 동의했다"며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는 치열한 논쟁과 토론이 있어야 하고 그걸 말릴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박 전 위원장의 입 역할을 했던 이정현 최고위원도 "두 사람의 논쟁은 정쟁이 아니라 정책을 놓고 벌이는 건전한 논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지난 4.11 총선에서 당시 비대위원이었던 김 위원장이 공천결과를 두고 "경제민주화를 이끌 만한 인물이 없다"며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당시만 해도 ''불협화음''을 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전 위원장의 한 핵심 측근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와 불협화음을 내면서 ''수구'', ''꼴보수'' 이미지의 새누리당에서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두 사람이 계파갈등이나 이념논쟁이 아닌 복지확대와 재벌개혁 등 앞으로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경제정책의 기조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당장은 불협화음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서로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