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어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안''''을 통과시켰지만, 언론에 배포한 국무회의 안건 설명자료는 물론 국무회의 이후에도 이 내용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여기에 공청회도 열지 않고, 차관회의도 생략하는 등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철저히 밀실에서 추진해온 사실도 속속 드러났다.
더욱이, 정부는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과는 달리 한일간 협정에 대해서는 ''''군사비밀''''이란 명칭을 뺀 채 국무회의를 통과시켰다. 이들 두고 이 협정의 군사적 성격을 희석시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 동안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는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24개국과 조약인 ''''정부간 협정(11개국(NATO 제외)''''과 조약이 아닌 국방부간 MOU(12개국)를 통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었는데, 11개국과 체결한 조약은 모두 협정에 ''''군사비밀''''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한일 정보보호 협정의 유효기간도 다른 협정과 달리 1년으로 정해졌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유효기간이 1년이며, 어느 일방이 일정 기한 내에 폐기를 통보하지 않으면 1년 단위로 자동 갱신(연장)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호주, 캐나다, 폴란드와 체결한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유효기간이 따로 없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맺은 군사비밀정보보호 협정의 경우 유효기간이 5년으로 돼 있다.
유효기간을 1년으로 짧게 잡은 것 역시, 국내 반발 여론과 정치적 민감성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간 협정 서명 대표가 국방부가 아닌 외교부로 넘어간 것도 석연치 않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협정에 서명하려했지만 여론의 비판에 부딪혀 보류한 뒤 한 달도 되지 않아 서명 주체가 외교부로 옮겨졌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처럼 비밀리에 여러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 정보에 대한 상호공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해 협정 체결을 서두르게 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양국의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교착상태에 놓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다음 달에 독도 영유권 주장 등을 담은 방위백서를 발간하면 서명 일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 중에 서둘러 국무회의 의결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주장과는 달리 우리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각각 지난 1989년과 2008년에 일본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29일 오후 4시에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여론과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서명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여야의 요구에 따라 서명 전에 국회에 먼저 설명하기로 했다"며 "향후 일정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