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블라인드는 연쇄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애나(요보비치)가 사건 당시의 충격으로 안면인식장애를 앓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애나는 남자친구는 물론 시시각각 바뀌는 자신의 얼굴로 혼란스런 가운데 연쇄살인범이 자신에게 접근해도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두려운 상황에 처한다.
일례로 애나는 지하철에서 사건 당시 잃어버린 빨간 핸드백을 발견한다. 연쇄살인범이 가까이 있다는 뜻이지만 정작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녀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결국 범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를 피해 도망치나 그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엉망이다. 매일 아침 다른 남자와 눈을 뜨는 일상에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다. 사랑을 나눌 때도 마찬가지.
페이스 블라인드는 한 배역을 무려 15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으로 애나의 안면인식장애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관객 또한 애나처럼 안면인식장애를 앓는 기분이다.
특히 미국 캐나다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이 영화에는 요보비치를 제외하면 친숙한 얼굴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애나의 남자친구나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의 얼굴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종일관 두려움에 떠는 요보비치의 모습은 신선하면서도 낯설다. 기존 여전사 이미지를 고려하면 자신의 병을 역으로 이용해 가해자를 역습할 법도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끝까지 현실적으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된 한 여성의 불안과 극복, 성장에 초점이 맞춰진다.
독특한 소재라서 흥미롭지만 소재에 갇혀버렸다는 인상도 준다. 장애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범인과의 추격전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스릴이 약하다.
애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점은 눈에 띈다. 사람을 인식하는 또 다른 감각을 발전시켜 계속해서 사회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애나의 행보는 외면이 아닌 내면의 강함을 드러낸다. 청소년관람불가,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