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도, 하객도 목이 멘 눈물의 결혼식

"아내가 두 다리로 남한 왔을때 결혼식을 올렸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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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개포동 SH공사 2층 대강당. 대표 혼주 2명이 촛불을 켜면서 SH 공사가 마련한 사랑의 합동 결혼식이 시작됐다.

이날 결혼을 한 부부는 모두 다섯 쌍의 다문화, 새터민 동거 부부로 두 쌍은 신부가 중국 국적, 두 쌍은 신랑이 중국 국적에 신부는 새터민, 한 쌍은 새터민 부부였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한 부부는 새터민 부부인 김청길(41)씨와 남경옥(41)씨.

신부 남경옥씨가 탄 휠체어를 밀면서 행진하는 신랑 김청길씨의 눈에서는 미처 삼키지 못한 눈물이 연신 흘렀다. 단상에 올라서기 위해 아내의 휠체어를 올리는 것을 돕던 김씨는 눈물을 계속 훔쳤고 이 모습에 신부 남씨도 눈물을 글썽였다.

주례를 본 김승규 SH공사 전 사장은 주례사를 하다 목이 메었다.

김 전 사장은 "SH공사 사랑의 합동결혼식에 신청하신 분들이 제출한 서류를 보니 그 역경과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면서 "김청길 부부는 북한에서 어렵게 탈출한 새터민 부부인데 그들이 겪은 험난한 여정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고백했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부 휠체어를 밀면서 퇴장 행진을 하면서도 신랑은 하객들에게 90도로 인사하면서 또 한 번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김청길씨는 부인보다 먼저인 지난 2004년 9월에 대한민국 땅을 밟았다. 처음엔 3일 동안만 중국에 있는 삼촌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에 있다던 삼촌은 없었고 삼촌은 남한에 있다면서 김씨에게 오라고 권유했다.

김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을 북에 두고 남한에 갈 수 없어 3일을 술로 버티며 고민을 하다 먼저 남한에 가서 터를 잡고 가족들을 부를 생각으로 남한으로 왔다.

1년 후 김씨의 아내 남씨는 아들과 딸을 들쳐업고 이틀을 꼬박 걸어 중국, 태국을 거쳐 결국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남씨는 "죽기 살기로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왔다"면서 "그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경비견이 쫓아오고 어른들 손에 끌려왔던 기억들 때문에 당시 7살이었던 딸은 지금도 힘들어한다"고 울먹였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신부 남씨는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씨는 탈북과정에서 다친 허리를 수술했다가 하반신 마비가 와 이제는 걸을 수 없게됐다.

이런 아내가 안쓰러운 남편은 17년만에 ''늦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김씨는 "아내가 걸어서 대한민국으로 왔을 때 그때 즉시 왜 결혼식을 못해줬는지 후회가 된다"며 또 한 번 눈물을 글썽였다. 허리 통증으로 2007년 처음 수술을 받은 남씨는 병원 4곳을 돌아다녔지만 고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척수염, 척추요부, 신경뿌리병 등 들어보지 못하는 병명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김씨는 "의료사고인지 뭔지도 모르겠다"면서 "이곳에 와서 행복할 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절망적이었다"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운전을 하던 김씨도 지난 3월 허리 디스크 때문에 일을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지원해주는 기초생활수급 4인 기준 120만원을 가지고 살기에도 빠듯하지만, 김씨와 가족들은 그래도 긍정의 힘을 믿는다.

"아들님, 딸님, 사랑스런 아내까지 우리 4인 가족이 모여서 이렇게 살 수 있는 게 어딥니까,힘든 일도 있지만 오늘이 있었고 어제가 있고 아마도 행복한 내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루하루가 힘든 삶이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새터민 가족. 각박한 세상에 이들의 ''눈물''은 우리 사회가 결코 놓쳐서는 안될 또 다른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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