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빵집, 그 후...

철수 선언 재벌 빵집 대기업이 인수…동네 빵집에는 더 악영향 우려

우리사회에서 ''상생 협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경제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현실은 과연 그럴까. CBS는 상생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사례들을 통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대안까지 모색해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註)

"흉년이 들 때 땅을 사지 않는다."


지난 1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을 모아 놓고 경주 최 씨 가문의 가훈을 예를 들며 소상공인들의 생업까지 잠식하는 대기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대표는 여론이 악화되자 이 대통령의 발언 바로 다음 날, 자신이 운영하던 고급베이커리 체인 ''아티제''의 전격 철수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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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의 딸인 이노션 정성이 고문이 운영하던 ''오젠''과 롯데가의 외손녀 장선윤 대표가 설립한 베이커리 ''포숑''도 잇따라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재벌 빵집 논란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동네 빵집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세계 그룹의 자회사가 전국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에 입점시킨 제과점 ''달로와요''와 ''데이앤데이''는 철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여전히 성업 중이다.

삼성그룹의 ''''아티제''''는 철수 발표 뒤 3개월 만인 지난 4월 말 사업을 넘겼다. 그런데 이 사업을 인수받은 곳은 지난해 연 매출이 7천억 원이 넘는 밀가루 업계 빅3로 손꼽히는 대한제분이었다.

롯데의 포숑도 지난달 초 우유업계의 강자인 매일유업과 영유통에 지분을 팔았다.

주인만 바뀌었을 뿐 대기업 빵집이란 점은 바뀐게 없는 셈이다.

오히려 주인이 바뀐 이들 빵집 브랜드가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경우 동네 빵집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권오인 부장은 "문제가 됐던 재벌 빵집들은 주로 계열사의 백화점과 마트에 입점했지만, 새로 제과점 체인을 인수한 기업들은 실제로 점포들이 길거리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논란이 빵집에만 집중되는 사이 재벌 대기업들은 카레와 비빔밥 등 외식업과 미용과 화장품에 일반 편의점 상품까지 채운 한국형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 등으로 더욱 업종을 다양화하면서 골목상권을 파고들고 있다.

실제로 30년 전통의 홍대 앞 ''리치몬드 제과''나 28년을 이어온 강남 ''뉴욕 제과'' 등 그 지역을 수십년 지켜왔던 가게들도 하나 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권 부장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비제조 업종에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기로 했지만, 아마 제조업에서보다 더 큰 갈등이 빚어져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업종별로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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