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협, 유통법개정 조직적 로비…"농협은 못이기겠더라"

대형마트 강제휴무 대상에 농협만 제외…국회의원 상대로 로비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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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대상에서 빠진 것은 지난해 말 국회 입법과정에서 농협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조직적인 로비를 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 FTA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의도는 우후죽순처럼 퍼져 가는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제한해 소상공인을 돕자는 것이었다.

지경위는 지난해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4차례 회의를 갖고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하도록 유통산업발전법 12조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조항을 고쳤다.

그러면서 연간 총매출액 중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1퍼센트 이상인 대규모점포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했다. 농협이 운영중인 하나로마트를 위한 예외조항이 만들어진 것이다.

◈ "선거 앞두고 농협은 못이기겠더라"

이와관련해, 지경위 소속 새누리당 A의원은 CBS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농협이 (하나로마트를 휴업대상에서 빼기 위해) 로비도 하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모든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무를 결국 관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농협은 각 지역마다 (조직이) 다 있지 않으냐"며 "아무리 (추진)하려고 해도 총선거를 앞두고 농협은 못이기겠더라"고 고백했다.

지경위는 애초 모든 대형마트에 대해 강제휴무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중이었지만, 농협의 로비에 밀려 12월 28일과 29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농수산물 매출액 51%''라는 단서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FTA후속조치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시종 법안 개정에 반대하고 친기업적인(대형마트) 태도를 보였지만 막판에 ''농협제외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농협의 로비가 작용했음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통합민주당 B의원은 "여야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51%조항 산입''을 ''법 개정안 처리''와 연계했다"며 "51%조항 도입에 반대했지만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 51% 단서조항은 농협봐주기용

농림수산식품부를 등에 업은 농협의 로비에는 정부도 속수무책이었다.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는 농협을 위한 예외조항에 시종일관 반대했지만 농협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은 법안소위 발언에서 "농수산물의 비중이 좀 더 높으냐 덜 높으냐에 따라서 차별적으로 영업일수와 시간을 제한하면 명백히 형평성의 문제에서 맞지 않는다"며 "대형마트도 우리 농산물을 많이 팔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물 비중 51%란 기준이 나온 합리적인 이유는 국회 속기록에도 의원들의 논의에도 법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밀실타협의 산물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농협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법 시행의 취지가 반감됐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소상공인들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제도시행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농협에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제도의 효과가 반감됐다고 지적한다.

◈ 하나로마트, 로비 대가로 유례없는 호황 구가

중소기업중앙회 강삼중 소상공인 지원실장은 "제도에 예외를 허용해 효과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법의 취지를 살리고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규제가 곧 농민피해로 이어지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금융과 유통을 취급하는 하나의 기업에 가깝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로비의 대가로 창사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지난달 27일(일요일) 매출액은 15억원을 돌파했다. 이마트 A급 점포의 최대매출 8~9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법 개정의 과실이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농협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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