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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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여수 엑스포가 개막된다. 성공적인 엑스포를 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교통난과 숙박난이다.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순천 등에 묵으면서 여수와 주변지역을 묶어 돌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다음은 바가지 요금, 청결·질서, 친절한 분위기 등을 걱정거리로 꼽고 있다. 엑스포가 열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면 세계 어느 도시든 바가지 요금과 질서 유지는 늘 고민거리였다. 여수 시민의식과 단합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여수 엑스포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따져 볼 것은 따져 보자. 국제 박람회 기구(BI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가 주관하는 엑스포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등록박람회(Registered Expositions)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모든 주제를 다루는 대규모 박람회. 둘째는 인정박람회(Recognized Expositions)로 과학, 바다처럼 한정된 주제를 다루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박람회.

◇국제 박람회도 적자와 서자가 있어

#1. 등록박람회는 5년마다 열린다. 주제가 광범위한 만큼 행사기간도 길다. 보통 6주에서 길면 6개월까지 소요된다. 회원국들은 의무적으로 참가해 전시관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비해 인정박람회는 5년 마다 열리는 등록박람회의 중간에 박람회 유치희망 도시를 경쟁에 의해 선정해 개최한다. 기간은 등록 박람회의 절반 정도로 3주~3개월 쯤 된다.

#2. 당연히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는 격이 다르다. 등록박람회는 경쟁이 치열해 교통과 유통, 상업, 산업, 무역의 중심지로 국제적 명성이 없으면 개최가 어렵다. 2000년 독일 하노버, 2005년 일본 아이치(나고야를 중심으로 철도, 도로 교통의 요지이고 강과 항만을 갖춘 섬유.도자기산업 중심지), 2010년 중국 상하이, 2015년 이탈리아 밀란(밀라노)이다.

우리나라로는 서울, 부산, 인천 정도만 유치가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유치한 2개의 박람회, 1993년 대전 세계 박람회나 2012년 여수 세계 박람회는 등록박람회가 아닌 인정박람회이다. 개최년도가 5로 나누어 떨어지면 등록박람회이고 떨어지지 않는 2008 사라보라, 2012 여수 등은 인정 박람회이다.

2012 박람회를 놓고 여수와 경쟁했던 도시들을 살피면 인정박람회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여수), 모로코(탕헤르), 폴란드(브로츠와프)다.

#3. 한국에서 등록박람회를 가져 오는 건 애당초 어려웠다. 2010년 상하이에서 등록박람회가 열렸는데 동북아시아에 또 등록박람회를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인정박람회를 가져왔지만 문제는 특정 국가가 박람회를 독점할 수 없도록 15년 경과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

우리나라가 국제박람회를 유치하는 것은 20년에 한 번 꼴이라고 보면 된다. 여수 박람회를 치렀으니 이제 2030년 등록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처지이다. 세계 강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한 좋은 기회인데 20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아쉽다.


ㅊㅊ
#4.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는 비용에서 차이가 크다. 등록박람회에 세워지는 전시관은 참가하는 나라들이 부담한다. 하지만 인정박람회는 주최하는 나라에서 지어 참가하는 나라에게 무상으로 빌려준다. 역대 세계 엑스포가 이름을 날리고 주최 도시들을 세계적인 도시로 부각시킨 까닭은 세계 각국이 위세를 떨치기 위해 경쟁적으로 국가관을 크고 멋지게 지어 뽐냈기 때문이다. 질과 양에서 경쟁이 치열하니 세계적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국은 인정박람회에는 수준을 달리하여 참가하기 때문에 위상의 차이를 어쩔 수 없다.

#5. 주최 측에서는 여수엑스포 개최로 10조300억 원의 생산과 4조원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9만여 명의 고용이 유발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등록박람회를 가져 오지 못하고 인정박람회를 가져 온 만큼 수익을 남기기란 만만치 않다. 소망 사항일 뿐이다.

가장 큰 효과라면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남해안을 세계에 알려 관광 뿐 아니라 해상물류의 거점기지로 만드는 것이라 본다. 광양항을 세계적인 컨테이너 부두로 개발하기 위해 20년 넘게 애썼지만 아직 미흡하다. 국제적인 인지도도 낮고 물동량도 적다. 여수 엑스포를 기회로 부산항과 연계해 우리의 남해를 세계 물류시장의 한가운데로 진출시켜야 한다.

◇무늬만 국제는 이제 그만

대전의 경우 엑스포 후 1년간 개편공사를 하고 1994년 8월에 엑스포 과학공원을 개장했지만 수익을 못내 운영주체를 몇 차례 바꾸고 행정안전부 법인청산명령까지 받아가며 결국 대전시가 떠맡았다. 지난해 대전마케팅공사라는 기구를 만들어 살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롯데월드, 롯데쇼핑 등이 들어서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다.

과학엑스포 유치만이 살길이다, 엑스포 과학공원이 살길이다, 이제는 일부는 과학파크, 일부는 공연, 일부는 롯데파크쇼핑 등 상업시설로 가려 한다. 시행착오 때마다 혈세가 쓰여진다. 대전시의 고충을 여수가 되밟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치밀하고 과감해야 한다. 우선 행사라도 제대로 치르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중앙 정부도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국제행사의 사전 타당성조사를 강화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렇게 실패를 거듭할 것이다.

- 전라남도가 추진한 포뮬러1(F1) 대회 건설비용은 당초 계획은 2300억 원이었으나 결국 2배가 넘는 5073억 원이 들었다. 수익으로는 7년간 1,112억 원 벌 거라 하더니 벌기는커녕 4,855억 원 손실로 예상된다고 한다.

- 인천광역시는 국제박람회 협약을 지키지 않고 공식 승인도 받지 않은 채 ''''2009 인천세계도시엑스포 사업''''을 추진하다 협약 위반 통보를 받았다. 설계ㆍ용역으로 12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지난해 감사원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10억 원 이상의 국비를 지원받아 개최한 28개 국제행사를 점검한 결과 수입금은 계획대비 61% 였다. 외국인 관람객도 당초 목표의 66%에 머물렀다. 특히 14개 행사는 외국인 관람객 비울이 국제행사 기준인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늬만 국제행사였던 것이다. 뻔히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떠밀려 지원하고 나중에 가서 감사지적 정도로 면피해서는 안 된다.

개막을 여수 엑스포의 해외 관광객 유치는 일단 어느 정도 수준에는 이른 듯하다. 주어진 6개월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후 수익구조에 대한 철저히 준비도 지금부터 시작해 경과를 지켜보며 다듬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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