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인천공항, 잘 팔릴 인천공항?

[변상욱의 기자수첩] 아시아의 허브 인천공항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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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오늘은 인천공항 이야기를 해보자.

골든 위크를 맞아 일본·중국인 관광객들로 우리나라 곳곳이 크게 붐빈다. 일본 중국의 긴 연휴가 겹치는 골든 위크는 4월 말 5월 초에 이뤄진다. 일본은 기념일이 주말과 겹치면 그 앞이나 뒤로 기념일을 이동시킨다. 그래서 보통 일주일이나 2주일가량 연휴가 이어진다.

1) 4월29일 : 미도리노히(고 쇼와왕의 생일, 휴일)
2) 5월 3일 : 헌법기념일
3) 5월 4일 : 국민의 날
4) 5월 5일 : 어린이 날
5) 5월 6~7일 : 연휴

중국은 노동절이 3대 명절 중 하나여서 긴 연휴가 이어진다. 골든위크 연휴를 맞이해서 성형수술을 하려는 중국과 일본 환자들로 성형외과들이 북적이고 면세점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한다.

◇잘 나가는 인천공항, 잘 팔릴 인천공항

가장 바쁜 곳은 관문인 인천공항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주에 15만 명 넘는 일본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도 면세점도 대목이다. 특히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이 붐비고 있다. 주요 항공사들이 여객기를 20% 가량 증편해 투입했는데도 좌석이 부족하다고 한다.


잠깐 이야기가 빗나가지만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렇게 활기찬 인천공항을 왜 자꾸 매각한다고 그러는 걸까? 정부가 가져다 대는 이유는 언제나 같다.

공기업 선진화, 수익성 제고이다. 선진화는 뒤떨어졌으니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인천공항은 몇 년 째 세계 공항평가에서 베스트 톱의 자리를 차지해 외국 항공사 공항 정부 관계자들이 견학을 오고 있다. 선진화가 시급할 리 없다. 지원을 확대해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면 모를까.

수익으로도 해마다 수천 억 원 씩 이익을 내는 알짜배기 국가 자산이다. 민간 회사에 넘길 이유도 없고 더구나 외국 자본에게 적당히 떼어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역설적으로 이렇게 세계에서 인정받고 잘 나가는 공항이니 매물로 내놓으면 좋은 값에 금방 팔릴 것이라는 게 이유라면 이유겠다.

특히 국제컨설팅 회사가 어쩌구 국제적 투자회사가 저쩌구 하는 걸 믿으면 곤란하다. 그 회사들은 우리를 위해 컨설팅하고 거래 하는 게 아니다. 어쨌든 거래를 키우고 성사시켜 수수료 커미션 챙기면 되는 회사들이니 국가적 미래를 고민해 판단해 주는 게 아니다.

◇일본의 ''앗 실수'', 내제분리 공항 시스템

이야기를 다시 인천공항이 어째서 잘 나가고 잘 팔리는 존재가 되었을까로 되돌려 보자. 당연히 돈 많이 들여 잘 만들었고 관계자들이 세계 최고로 만들어 보자고 열심히 뛰어 이뤄낸 성과이다. 그리고 구조적인 요인으로는 일본이 공항 시스템 구축에 실패했다는 배경도 있다. 일본이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구축에 실패했기 때문에 반사적 이익을 인천공항이 누리고 있는 점이다.

나라의 경제규모나 국제적인 유동 승객, 도시의 인구 규모 등을 따질 때 아시아 허브공항은 일본 차지로 돌아갈 공산이 컸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전략적으로 해내지 못하고 ''나리타-국제선/하네다-국내선 이원화 내제분리''로 끌고 갔다.

도쿄에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을 두고 국제선은 나리타 공항이, 국내선은 하네다 공항이 맡아 운영한 것이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지방공항의 난립이다.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선거공약으로 공항 설립을 밀어붙인 탓에 지방공항이 난립돼 너무 많다. 그러니 국내선 공항을 따로 두고 그리로 뜨고 내리라 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국내선만으로는 지방공항을 유지해 낼 수 없다. 그래서 국제선 한 두 개라도 유치하려 한다. 가장 오가는 사람이 많아 이익이 되는 국제선이 한국 인천공항을 오고가는 국제선이다. 인천공항은 그 덕에 30개 가까운 일본 노선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일본 승객 입장에서도 자기 마을에서 도쿄의 국내선인 하네다로 가서 국제선인 나리타로 이동해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은 불편하다. 도쿄 하네다에서 나리타로 이동하는데 노선 버스로 1시간, 요금도 3~4 천엔 쯤 된다. 무엇보다 짐을 찾아서 공항 수속을 두 번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지방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직접 날아가면 그대로 바꿔만 타면 된다.

국가적으로는 역시 인천공항처럼 거점공항을 갖는 것이 발전적이다. 국제선과 국내선이 함께 연결되면서 공항신도시하고 떨어져 있는 커다란 거점공항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음공해에 따른 주민 반발 없이 24시간 국내 국제선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고 손님이나 짐을 한 번에 옮겨 실을 수 있다.

그래서 일본도 국내선 담당인 하네다를 확장시켜 국제선을 유치하려고 확장 공사를 벌이고 있다. 기왕이면 국제선 담당인 나리타에 국내선을 가져다 붙이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 그러나 그럴 수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유명한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산리즈카 투쟁''''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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