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경기 수원시 지동의 한 주택가. 조용했던 이곳 동네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진 지 한달이 됐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사건 발생 이전에도 오후 9시면 인적이 끊겼던 이곳은 사건 발생 뒤에는 행인들의 발길이 더 빨라져 오후 7~8시만 되면 인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범행현장 바로 옆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사건 당시 입은 충격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바깥출입조차 어려워하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건이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1층 가정집에서 발생한데다 집 주변에 설치됐던 폴리스라인이 걷히지 않으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사건현장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사건 초기 신문, 방송 등에서 앞다퉈 범인 우위엔춘(41·오원춘)의 잔인한 범행수법을 세세히 보도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들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사건현장 바로 옆집에 사는 40대 주부는 "당시만 해도 날이 추워 이중문을 꼭 닫아놓아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언론은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비정한 이웃''이라는 등의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의 사정도 딱하고 안타깝지만 주민들 역시 이 사건으로 평생 씻지 못할 스트레스와 상처를 입었다"며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현장 바로 옆에 사는 기분이 어떻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직도 불안하고 가슴이 떨려 밤에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을 정도"라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사건 이후 수원시가 지동 일대를 ''시민안전특구''로 지정, 발표한 데 대해서는 대다수 주민들 입에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38·여)씨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길가에 화분을 놓고 CCTV도 확대 설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왜 진작 그러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사건현장이 전국에 노출된 만큼 부동산 경기는 물론 주변 가게 매출도 타격을 입고 있었다.
부동산업소를 운영하는 조모(59)씨는 "집주인들이 중국인들에게는 아예 전·월세 자체를 주지 않으려는데다 매물을 찾는 이들이 아예 없어지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한달째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한 가게 주인도 "경찰이 수시로 순찰을 돌아주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 뒤로는 아예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빨리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건 이후 수원시가 인근 주민들에게 정신상담을 안내해 전문상담을 실시한 결과 상담에 응한 주민 4명 모두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에 나섰던 수원시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주민들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가감 없는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매우 힘들어 했다"며 "병원 치료를 권유했지만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 추후 전화상담 등을 통해 상담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