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방통대군으로 불리우며 이 나라 방송계를 주물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 위원장이 서초동 검찰 청사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상왕 또는 영일대군으로 불린 대통령의 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친구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멘토였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는 이 대통령 선거캠프의 사령탑으로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으로 현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방송통신 위원장에 취임해 미디어 관련법의 국회 통과와 방송계의 재앙으로 꼽히는 종편 4개사 선정 등에 앞장 서면서 방송계를 주물러 왔다.
떨어질 줄 모르던 권력도 양아들로 불린 측근 정용욱 씨의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말 눈물과 함께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떠났다가 이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25일 검찰에 소환됐다.
여기다 집권초에는 왕비서관으로 불리다 정부로 자리를 옮겨서는 왕차관 소리를 들으며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비리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되면서도 검찰소환을 피해왔던 박 전 차관도 이번에는 서초동행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CJ 그룹 이재현 회장과 강남의 최고급 유흥주점에서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진것으로 보도되면서 정권의 도덕성은 크게 상처받게 됐다.
이강윤 시사평론가는 "정치적 멘토에 이어 복심까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나오면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레임덕이 그 속도를 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검찰수사를 지켜볼 뿐"이라며 벌써 사흘째 침묵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임기말 민생에 집중하겠다던 연초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청와대는 이른바 멘탈붕괴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통령 주변에는 방패막이를 해줄 측근조차 남지 않았다.
집권초기와 중기 그나마 힘을 쓸 때 대통령을 보좌하던 이른바 실세 인사들은 이번 4·11 총선에 출마한다며 모두 청와대를 떠난 상태로 대통령이 직접 이와같은 사태에 해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말에 박지원 전 비서실장이 퇴임하는 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고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린 문재인 전 대통령 실장이 역시 마지막 날까지 함께 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여당 조차도 대통령 편이 아니다.
총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이 완전 장악해 당의 체제와 운영도 올 대선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가봐야 정권 심판론 구도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데다 측근비리가 연이어 터져나오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통령과 차별화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이 검찰에 대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거액 수수 의혹에 대해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특히 돈의 일부를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 썼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이래저래 청와대는 점점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