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52.여) 씨는 신용카드 가입자를 모집하는 카드 모집인이다.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오전 10시쯤 나와서 카드 영업을 하다 오후 4시 쯤에는 집으로 돌아가 가사일을 돌본다. 사업을 하는 남편의 수입이 불규칙하자 생활비와 교육비 등을 보조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맞벌이는 맞벌인데 한 쪽은 한 나절만 근무하는 말 그대로 ''1.5인 맞벌이''인 셈이다. 이 씨처럼 법정근로시간 이하로 일하는 36시간 미만 근로자, 즉 단시간 근로자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단시간 근로자는 2007년에 21만명 증가를 시작으로 2010년에 50만명, 작년에는 91만 명이나 늘어나 모두 453만 명을 넘겼다. 전체 취업자 중 단시간 근로자 비중도 20%에 육박해, 10명 중 두 명은 단시간 근로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이상 여성들이 단시간 근로에 뛰어들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고용구조가 파트타임 문화가 정착된 선진국형으로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시간 근로의 현실은 정부 분석과는 전혀 다르다. 카드 모집인 이 씨는 "경기가 어렵다보니까 일을 찾으려는 주부들이 많이 늘었다"며, "하지만 일자리가 나오는데가 거의 영업직이나 식당 종업원 이런데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상반기에 등록된 주부 대상 채용공고는 9만3천여 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44만7천여 건에 달했다. 불과 5년 사이에 4.8배나 증가한 것이다.
직종별로는 고객상담과 회원관리가 가장 많았고, 매장관리와 판매, 생산직, 유통점, 마트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포장이나 단순노무, 서빙, 주방, 텔레마케팅, 사무보조 등도 비교적 주부 채용이 활발한 직종으로 꼽혔다.
주부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 제한된 것도 문제지만, 급여가 열악한 점은 더 큰 문제다. 알바몬 안수정 대리는 "주부모집이 활발한 상위 10개 직종 중 시간당 평균 급여가 6천 원이 넘는 직종은 텔레마케팅 1개 직종 밖에 없었고, 대부분의 직종에서는 급여가 시간당 5천 원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무섭게 뛰는 현실. 가장의 수입으론 생계가 어렵다보니 아쉬운대로 단시간 근로를 찾아 나서는 우리 주부들의 모습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선진국형 고용구조의 현 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