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숱한 호재가 있었음에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또다시 제1당의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15 전당대회를 통해 ''한명숙호(號)''가 출범할 때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9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정당의 이름을 ''민주통합당''으로 꼽았다.
하지만 전대 이후 3달이 채 못돼 치른 총선에서 민주당은 127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드는데 그치고 말았다.
실제 민주당에게는 하늘이 내린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전대 직후 ''컨벤션 효과''에다 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장, 이명박 대통령 측극 비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원내 단독 과반은 따놓은 당상 처럼 보였다.
여기다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3월말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재점화되면서 새누리당은 거의 빈사 상태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총선 결과는 가혹할 정도로 참담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새누리당은 당명까지 바꿔가며 쇄신의 모습을 보이고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타깃 설정''에 실패했다.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총 공격에 나섰지만 결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 놓을 정도는 아니었던 셈이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노이사(친노, 이화여대, 486)''를 챙기면서 전통적 지지층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
특히 예비후보자간 경선 선거인단 모집 경쟁 과열로 호남에서 일어난 ''투신 자살 사건''은 공천잡음과 맞물려 민주당의 발목을 붙잡았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이루면서 한미FTA 폐지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주장했지만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일들을 반대한다는 소위 ''말바꾸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신뢰감''면에서도 점수를 잃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때도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총선 직전 터진 김용민 후보의 ''막말 발언''은 총선 판세에 변화를 몰고 올 만큼 거센 파장을 몰고 왔지만 한명숙 대표는 사퇴를 권고했을 뿐 ''결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이 전국을 종횡무진 했지만 박 위원장에 필적하는 잠재적 대권주자인 문재인 고문의 선거 지원 활동이 부산,경남에 한정됐다는 것도 ''전략 미스''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총선 참패로 인해 당장 한명숙 대표 등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한 대표는 당선자 윤곽이 드러나는 11일 밤 당사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총선 결과를 접하고는 곧바로 자택으로 돌아갔다. 한 대표는 1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찾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총선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민주통합당 박선숙 중앙선거대책본부장은 11일 밤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민주당이 미흡한 점이 많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의 여론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