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철학은 말로 예술하는 것이죠.어서 인간이 되고 싶어요."
관 객:"외롭지 않니?"
사이보그:"김영태님 내게 친구가 되어주세요."
관 객:"배고프니?
사이보그:"배터리가 떨어지면서 점차 배고픔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관 객:"사랑이란?"
사이보그:"아직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노진아의 설치작품 <제페토의 꿈>에는 말하는 피노키오가 등장한다. 위의 대사는 관객이 단어를 입력하면 말하는 피노키오가 대답한 내용이다. 길게는 1시간의 대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 두 작품은 인간과 무생물,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동식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미생물>에서처럼 인간이 기계가 되기도 하고,<제페토의 꿈>에서처럼 기계가 인간이 되기도 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기계를 인간으로까지 만들 수 있는 인간은 미생물의 단계로까지 하강하게 된다. 결국은 미생물이나 인간이나 기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를 바가 없다.감정이 없는 기계를 통해 매개되는 그 삭막함이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한들 우리 인간이 ''기계적인 속성''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한낱 사이보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기계적인 속성''에 길들여진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고차원의 사이보그형 인간보다는 비록 단세포일지라도 달을 바라보며 반응하는 아메바와 같이 ''살아 움직이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낫다는 것을 암시한다. 노 작가는 "아메바들이 입력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나올 때, 생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는 노진아 작가와 김기라 작가의 작품에서 문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노 작가는 기술 진보에 의한 물질문명이 결국은 인간성과 생명력의 상실을 초래했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김 작가는 우리의 관념을 지배해온 종교, 이념, 신 등 정신문명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기보다는 인간 스스로를 옥죄는 굴레로 작용하는 건 아닌지 의문을 던진다.
서울시립미술관 <열두 개의 방을 위한 열두 개의 이벤트>전이 4월 10일부터 열린다. 이 전시에는 문형민, 진기종, 파트타임스위트, 김기라, 하태범,김상돈, 한경우, 김용관,김영섭, 노진아, 변웅필, 이진준 등 12명이 작가가 참여했다. 열두 개의 방에서 펼쳐지는 열두 개의 이벤트는 현재진행형인 청년 작가 개개인의 행보를 보여주는 동시에 열두 개의 독립된 전시가 어우러져 지금 현재 청년 작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현대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전시기간:4.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