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42)이 5일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이름앞에 ''선수''를 붙이지 못하게 됨을 알렸다. 지난 2008년 시즌 마무리 뒤 구단으로부터 처음 은퇴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종범은 그 이후 단 한번도 ''은퇴''라는 단어를 지워본적이 없다고 했다. 마음을 다져왔을법도 하지만 반평생을 야구선수로 살아온 만큼 아쉬움은 진하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
1993년 해태에 입단해 1994년 타격, 안타, 득점, 도루, 출루율, 루타에서 1위를 등 야구천재로 군림한 이종범은 이후 오랫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8년에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했다가 2001년 KIA로 돌아왔다. 무려 여섯 차례나 (1993,1994,1996,1997,2002,2003) 골든글러브를 거머쥐며 최고의 야구 선수로 활약한 그는 2012시즌 개막을 앞두고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이종범은 5일 은퇴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의 야구인생을 반추하며 울고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인으로 프로야구에 입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일과 국가대표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4강전에서 마지막 2루타를 쳐냈던 장면이다.
아쉬운 기억도 있다. 일본 주니치시절 자신의 발목을 잡은 팔꿈치 부상과 한국에서의 얼굴 부상등으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가장 소중한 기록은 그에게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선물한 도루다. 이종범은 1994시즌에 무려 84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이종범은 "팀이 1점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홈으로 들어와서 득점을 시켜야했다. 이때문에 도루 84개가 가장 좋았다. 지금 아들이 야구를 하고 있는데 내 기록을 아들이 깨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고 말했다. 아들 이정후(14)군은 야구 선수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유망주다.
앞으로의 이종범은 어떤 계획을 세워두고 있을까. 당분간은 야구를 떠나 휴식을 취할 그이지만 반드시 타이거즈의 사람으로 돌아오겠다는 다짐이다. 이종범은 "내가 한 것은 야구밖에 없다. 사업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한국야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려야하는지 잘 생각해서 선택하겠다"고 말해 지도자로 복귀할 뜻임을 알렸다.
이종범은 "그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여러 지도자분들을 모셨다. 그 지도자분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그 분들의 장점을 잘 본받겠다"며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선수의 마음, 코치의 마음, 구단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따라와야 성적도 나온다. 인간미 있는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