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마다 검은 리본과 국화꽃을 안아 든 유족들은 당시의 아픔이 상기되는 듯 오열과 숙연함 속에 위령제를 올렸다.
위령제는 초속 15m가 넘는 강풍과 진눈깨비 등 궂은 날씨로 인해 지금까지 열려왔던 야외광장 대신 평화기념관으로 장소를 변경,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때문에 유족들이 평화기념관 안으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큰 혼잡을 빚었고, 대강당 역시 200여명밖에 수용이 안돼 대다수의 유족들이 복도에서 위령제를 지켜봐야 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추도사를 통해 ''''4.3사건은 정부가 진상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으로 더 이상 소모적인 이념 대립의 희생대 위에 올라선 안된다''''며 ''''이념과 논쟁을 넘어 화합의 섬을 만들자''''고 말했다.
또 ''''그동안 제주도민이 보여주신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더 넓은 대양, 그리고 세계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제주도를 화합의 섬으로 바꿔주시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은 추모사에서 ''''4.3의 완전 해결은 과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날의 갈등과 대립을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4.3 희생자와 유족의 추가 신고, 4.3 피해자에 대한 예산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4.3사건 희생자 만3천500여명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헌화의 발길과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형무소에서 오빠가 실종됐다는 유족 대표 고완선 할머니(78)는 ''''4.3으로 오빠가 아무런 이유없이 끌려간 뒤 결국 실종돼 지금 바로 이 비석 하나만 남았다''''며 ''''이런 아픔이 후손들에게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눈물을 삼켰다.
아버지와 오빠를 한꺼번에 잃었다는 김연자 할머니도 ''''정부는 4.3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족들에게 달랑 몇 푼의 의료보상비 말고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해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피해보상을 정부에 요구했다.
제주도민들도 오전 11시 1분동안 추모 묵념을 올리며 다시는 이런 고통이 없기를 바랐다.
위령제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에도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