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차원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한 민정수석실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009년 하명 사건 처리부''에는 불법사찰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한 정황이 잘 기록돼 있다.
사건 접수 일시와 피내사자, 소속 및 직책, 하명내용, 담당자, 진행상황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2009년 하명 사건 처리부에는 청와대를 뜻하는 BH(BLUE HOUSE) 표시가 유난히 많다.
특히 불법사찰에 관여한 것으로 이미 알려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을 뜻하는 BH(민정)라는 하명관서(사건파악 지시자)가 2009년 전체 하명 사건인 18건 가운데 무려 12건이나 차지했다.
이들 12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접수일자가 4월22일, 피내사자 환경부 등으로 1팀 전체가 담당한 ''"댐을 세우면 수질 되레악화"제하 00일보 기사와 관련 환경부내 정보유출자 색출''이라는 하명내용이다.
즉,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기사에 대해서 언론에 정보를 흘린 취재원을 색출하라는 하명내용으로 이를 위해 1팀 전체가 동원돼 진행했음을 보여준다.
또, 6월24일 접수된 ''모 고위공직자에 대한 업무 태만 확인 필요''라는 하명 역시 하명관서가 BH(민정)로 표시돼 있다.
같은해 9월 16일 접수된 ''방통위 내부자료 유출관련 조사결과'' 역시 BH(민정)로 1팀 전체가 투입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7월27일에 접수된 해동물산과 동방물산에 대한 사찰도 민정수석실이 지시한 것으로 돼 있으며 해당 사건은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 권중기 경정에게 배당됐다.
권 경정은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는 물론 남경필 의원과 부인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기획총괄과장 등과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나서 사찰을 의뢰하고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를 수행한 뒤 민정수석실에 다시 보고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진행상황을 표시한 항목에는 대부분 ''종결''표시가 돼 있다.
특히 청와대는 그동안 민정수석실의 사찰 개입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2010년 10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에서 사찰을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런 민정수석실이 영포라인(영일-포항)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선 사조직''에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장진수 총리실 전 주무관의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 공식 지휘계통을 벗어난 비선조직에 사찰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이 이번에 밝혀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