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거리를 포기하고 한강으로 뛰어간 이유

[변상욱의 기자수첩] 세빛둥둥섬 너를 어쩌리, 세금은 떠내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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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세계 최대의 인공섬이자 세계 최초의 수상 컨벤션 센터라 부르던 ''''세빛둥둥섬''''. 1년 넘게 방치된 채 흉물로 변해가는 중이다. 플로섬 측은 빨라도 9월 이후 개장이라고 한다. 지난 가을엔 올 4월 개장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 안에 문을 여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 세빛둥둥 세금둥둥… 너를 어쩌랴

섬이니 오가려면 다리를 연결해야 하는데 부교는 홍수 때면 철거해야 한다. 연결 다리가 없으면 1년 중 2 달은 쉬어야한다. 그래서 다리를 강물 속에 박아 넣어야 하나 서울 국토청은 한강물이 흐르는데 거기에 다리를 고정 설치해 물길을 방해하면 안전이나 홍수 유발 문제가 생긴다고 부정적이다.


세빛둥둥섬의 운영사 선정도 아직 해결이 안 되었다. 당초 운영사로 선정됐던 업체 대표가 투자자들을 속여 돈을(35억원) 가로 챈 혐의로 구속 기소돼 새 투자자들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태이다.

처리 방법은 네 가지이다.

1. 다리를 허가해 설치한다.
2. 둔치에 가져다 붙인다. 안정성도 좋고 접근성도 좋아진다. 하지만 섬은 아니다.
3. 둔치에 붙이느니 둔치 위로 옮긴다.
4. 그래 봤자 돈 먹는 하마일 테니 해체해 버리자.

서울시 SH 공사가 29.9%의 투자지분을 갖고 있으니 어찌 되든 서울시민 혈세로 처리를 해야 한다. 서울시 투자비용은 1,390억 원 중 128억원이다.

세계 최대의 인공섬? 말은 정확히 하자. 섬인가? 떠 있는 수상시설인가? 물 위에 고정시킨 수상시설인가?

두바이는 해안에서 4 킬로미터 떨어진 앞바다에 돌과 흙으로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라는 인공섬을 만들었다. 이 안에 500개의 아파트, 2000개의 별장, 25개 호텔, 200개의 소매상점들이 들어 차 있다. 세빛둥둥섬을 인공 섬으로 인정해 비교한다면 주메이라 팜 아일랜드의 발톱 크기이다. 강 위에 떠다니는 섬으로는 세계 최대인지 모르지만 인공섬으로는 두바이의 발톱 크기 밖에 안 된다. 물론 두바이는 그러다 쫄딱 망하고 파산 상태에 들어갔다.

오세훈 전 시장 때 역점을 둔 한강 르네상스 사업들이 모두 난항에 빠져 있다.

▲서해뱃길 사업 1,757 억 사업 - 45억 투입. ▲노들섬 오페라 하우스 (한강 예술섬 사업) 6,725억 사업 - 551억 투입. 이 밖에 ▲한강 수상호텔 사업, ▲여의도 종합여객터미널 사업, ▲아라호(112억 원 들여 제작한 300인승 규모 유람선, 매각하기로 결정) ...

모두 서울시가 손을 뗀 채 중단시켜 놓았다. 서울시 부채는 현재 25조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은 분명하니 전시성 토건사업은 중단하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되어 산업 구조조정에 재정을 쏟아야 한다. 박원순 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한 사업 중 동대문상권을 살리려고 계획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 서울 시장이 한강으로 달려 간 까닭은?

오세훈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를 구상한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서울의 거리를 걸어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유럽 유명 도시들은 옛 유적이나 유명한 명소들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도시가 설계되어 있다. 길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을 때 이런 곳들을 피해서 설계한다. 유적 앞에 큰 건물을 지어야한다면 1층을 통로로 만든다. 거리를 걷는 사람의 눈에 건물 뒤의 유적이나 명소가 보이도록 하고 바로 다가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1층을 보행과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유도하고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은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서울의 대형 건물은 1층이 모두 사무 공간이고 회장님 드나드시는 현관 로비이다. 경비가 지키며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 1층에 아케이드 상점가를 두는 경우조차 드물다. 빌딩 뒤에 목적지가 있어 건물 1층으로 가로질러 가거나 건물과 건물 사이 길로 가면 편리하지만 건물들끼리 담과 담으로 붙어 있어 대형건물들을 빙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유적이나 명소가 있으면 주변 거리와 건물의 모습도 어울리게 설계해야 한다. 건물 디자인, 외벽의 재료나 색깔을 유적과 맞춰야 한다. 대형 고층 빌딩을 짓는다 해도 문화유적 바로 옆은 낮은 저층으로 뒤로 멀어지면서 고층으로 해 ''ㄴ''이나 ''삼각형'' 모양을 응용하면 해결책이 나온다.

거리나 건물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존재하며 살아간다. 도시나 건축을 인문과 삶 속에서 보아야 하는데 경제적 관점에서 써먹을 생각만 하고 설계한 것이 문제이다. 크게 짓고 빨리 짓고 이익만을 따졌으니 거리와 건축에서 사람은 소외되고 공동체는 깨어져 나간 것이다. 그 결과 서울은 시민들의 삶의 질과 관계없는 소비의 도시로 변했다. 거기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 문화가 뒤쳐지면 도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국가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서울은 삶의 질 평가에서 세계 89위의 도시이다.

그러니 오세훈 시장이 거리를 포기하고 강으로 달려간 게 아닐까? 한강에다 시원하게 오페라 하우스, 둥둥섬 레스토랑/전시장 짓고 유람선 오갈 테니 답답한 거리에 있지 말고 한강으로 오라고.

◇ 도시는 삶이고 문화이다

도시, 거리, 건축, 강... 이것들의 관리는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철학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그 철학이 돈이나 정치적 치적이 되어선 물론 곤란하다. 법과 제도가 그걸 뒷받침해야 한다. 내 땅에 내가 내 건물 짓는 데 뭐 그리 참견이 많냐라고 항의해도 규제를 해야 한다. 재벌의 마구잡이 사업을 규제하는 거나 같은 이유이다. 그것이 도시의 균형 발전과 경쟁력을 키운다.

대한민국 건축법 제 1조(목적)는 "이 법은 건축물의 대지, 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프랑스 공공건축법은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라고 선언하며 시작한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철학에 대한 성찰이 너무나 부족했음을 함께 반성해야 한다. 서울은 평면 위에 세워진 인공도시가 아니라 산과 강을 낀 수려한 곳에 사람들이 모인 도시이다. 강은 자연 그대로 흐르게 하고 땅은 숨 쉬게 하는 것이 기본 이치가 아닐까 싶다. 그 다음이 땅을 딛고 건축이 들어서고 그 건축이 사람과 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도시가 사람 살 만한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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