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 강창순 위원장은 21일 사상 초유의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두 차례나 "안전위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창순 위원장은 "''안전위가 잘못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며 언론에 "이걸 좀 널리 알려 달라"고 주문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옥상옥'' 논란을 무릅쓰고 ''국내 원자력안전관리 총괄기관''을 자임하며 출범한 대통령직속기구 수장의 입에서 나오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다.
안전위는 고리 1호기 정전 사태의 주원인인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지난 4일 한 달간의 ''계획예방정비''를 마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승인했다.
원전 정전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사실상 방치한, 명백한 잘못이다.
또한,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9일은 안전위가 고리 1호기 정기검사를 벌이던 기간이었는데도, 안전위는 정전사고 발생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이에 대한 안전위의 해명이 가관이다.
먼저, 비상디젤발전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원전 재가동을 승인한 것에는 "우리가 입회해서 성능시험을 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내가 봤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니, 이후 발생한 문제에 나는 책임이 없다''는 얘기다.
고리 1호기 측 역시 "우리가 성능시험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안전위는 뭐라고 반박할지 궁금하다.
안전위 정기검사 기간에 사고가 발생했고, 고리 1호기 원전에는 안전위가 파견한 주재원도 있는데 사고 발생 사실을 모른 것에 강창순 위원장은 "모를 수밖에 없었다"고 강변했다.
''원전 측이 작정하고 사고 발생 사실을 숨기는데, 안전위가 이를 어떻게 알 수 있겠냐''는 것이다.
안전위의 이 같은 주장과 해명은 굳이 안전위를 별도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를 더욱 아리송하게 만든다.
이번 고리 1호기 정전 사태는 ''안전위가 생겨서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이 강화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