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태희 아나운서에 대한 斷想

일지매와 왕눈이

제대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최군을 일본어 학원으로 이끌었다.


친구 권모 군은 평소 반일 감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최군이 일본어를 공부하겠다고 하자 "어떻게 이런 배신이 있을 수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최군은 "범을 잡으려면 범이 사는 굴에 가야 하는 법"이라며 주변의 평가를 애써 무시했다.

99년 초여름부터 시작한 최군의 일본어...

실력이 한창 늘고 있을 무렵, 최군의 일본어 학원 반에는 반가운, 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반상의 최고 공격수, 일지매 유창혁"

최군의 바둑 실력은 형편없지만 바둑TV 하나면 하루가 가는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최군에겐 유 9단의 등장은 충격이자 영광이었다.

사실 유 9단 말고도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김태희 아나운서...

하지만 당시 최군은 김태희 아나운서가 누군지 몰랐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특히 눈이 크고 아름다웠던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최고 바둑기사에 지성파 아나운서...일지매와 왕눈이...
이 둘이 최군과 한반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일본어 회화 선생님은 저녁을 사겠다며 반 전체를 학원 인근 닭갈비 집으로 인도했다.


최군은 기억한다. 그날 계산은 일본어 선생님이 아닌 유 9단이 했음을...

그날 이후 최군은 유 9단과 김태희 아나운서를 학원에서 보지 못했다.

둘다 너무 바빴나보다.

...

최군의 기억에서 이 둘과의 짧은 만남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스포츠 신문에서 유 9단과 김태희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 소식을 접했다.

"그랬었군..."

그로부터 5년후, 최군의 기억에서 이 둘이 결혼을 했다는 것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김태희 아나운서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믿기지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빌어본다.

CBS 노컷블로거 최철
iron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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