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은폐, 껍데기 언론은 가라!

[변상욱의 기자수첩] 정치권력은 민간인 사찰 은폐 - 삼성은 불공정행위 은폐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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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장진수 국무총리실 전 주무관이 민간인 사찰 증거 인멸에 대해 양심선언을 하면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검찰이 등 떠밀려 수사에 나섰다.

이번 주부터 관련자들에 대한 재소환 수사가 시작돼 민간인 불법사찰의 지휘부서가 어디며 어떻게 은폐조작을 했는지 밝혀내게 된다.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민간인 사찰 배후에는 권력의 실세들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짙다고 보도하고 있다.

◇ 권력 은폐의 ''3위 1체''

권력을 쥔 사람들이 저지르는 은폐에는 3가지 차원이 있다.


1. 실권을 쥔 인물들이 누구고 어떻게 모여 어떤 방법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지, 권력의 정체 자체를 감추는 은폐가 있다. 국가 권력을 실제로 장악해 좌지우지하는 핵심세력은 누구인가? 당연히 대통령이 포함되겠지만 대통령의 주변을 둘러싸고 정보를 거르고 차단하고, 자기들의 분석과 판단을 대통령에게 주입하는 세력이 있을 때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감춘다. 이것이 권력의 첫 번 째 은폐.

2. 그 다음은 권력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벌어진 권력 남용과 불법적 비위 사실에 대한 은폐. 국가 공권력의 민간인 사찰, 대포폰 사용 등의 비리를 감추는 것이 여기 해당된다. 흔히 권력의 은폐하면 이런 비리의 은폐를 가리킨다.

3. 권력은 자기들을 감추기도 하지만 국민을 감추기도 한다. 국민이 모이고 뭉쳐서 힘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찰기관과 언론을 동원해 모일 장소를 묻어 버린다. 국민이 어디에 가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널리 알려야 하지만 그럴만한 곳을 없애고 감추어 모이지 못하게 한다.

서울광장을 못 쓰게 하는 것도 방법이고 집회시위법을 남용하기도 한다. 트위터 등 소통의 도구를 규제하고 묶는다. 노동자가 뭉치려 하면 좌파용공이라고 차단막을 친다. 노동자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희망버스도 구속수감 대상이다.

권력의 이 3가지 은폐를 모두 꺼내 밝은 곳으로 끌어내야 민주공화 정치의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

듣자하니 삼성전자도 은폐 엄폐에 능하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려는데 정문에서 붙잡아 시간 끌고, 자료 폐기하고, 출장 중이라며 따돌리는 등 치밀하고 담대하게 국가의 공무를 방해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이는 삼성의 권력이 정부 조사쯤은 우습게 여길 만큼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삼성이 총수의 1인 지배에 세습체제로 되어 있어 삼성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사회의 공정성과 국가의 법이라 할지라도 아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정치권력은 민간인을 사찰하다 들통 나니 은폐로 국민의 눈을 피한다. 최대 재벌이라는 삼성전자는 불공정 행위를 벌이다 들통 나니 은폐엄폐로 국가 조사를 피한다. 둘이 아주 세트로 놀지 않는가 말이다.

◇ 껍데기 언론은 가라!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론이다.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해 마주 앉았다. 언론사 보도책임자들이 수십 명이다. 그러나 거기서 민간인 사찰과 배후, 은폐조작에 대한 질문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시점 최대의 이슈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알 수 없는 모임이다.

이러니 권력은 솔직히 토해 낼 거냐 감출 수 있는 데까지 감출 것이냐의 선택에서 감추는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협조적인 언론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뭐가 아쉬워 먼저 실토한단 말인가.

권력으로 둘러 친 차단막 뒤에 숨어 국정을 농단하는 은밀한 권력이 있다면 밝은 곳으로 끌어내야 한다. 따져 묻고 캐내고 분석해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그것은 지식인들의 책임이고 사명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들, 전문가의 분석을 들고 현장으로 가 확인하고 캐낼 언론들,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할 기회를 만들어 낼 시민운동 세력들의 과제이다.

그렇게 권력을 흔들고 틈을 만들어 벌리고 깨고 들어가 파헤칠 때 체제 내부에서 변동이 이뤄지고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린다. 이를 이루지 못하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의 민주공화국 조항은 사문화된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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