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도 못 본'' 원자력안전위원회

고리 1호기 정기점검하고도 ''완전 정전'' 사실 몰라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모든 전원이 끊기는 ''완전 정전'' 사태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완전 정전 사태는 지난 2월 9일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1호기 발전기 보호계전기 시험을 진행하던 중 발생했다.

하지만 원전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 사실이 보고된 시점은 사고 발생 후 한 달도 더 지난 3월 12일이었다.

안전위는 한수원 늑장 보고가 있기 전까지 완전 정전 발생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한수원이 중대 사고 발생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

안전위도 지난 13일 보도자료에 사고 발생일인 ''2012년 2월 9일''과 보고일인 ''2012년 3월 12일''을 굵은 글자체로 박아 한수원의 늑장 보고를 부각했다.


그러나 안전위 역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내 원자력안전관리 총괄기관''을 자임하며 출범한 안전위가 ''사업자가 보고하기 전까지 중대 사고 발생 사실을 몰랐다''는 것만으로도 그렇다.

특히 심각한 것은 ''고리 1호기 완전 정전 사태가 발생한 시점이 바로 안전위가 고리 1호기 정기검사를 벌이던 기간 중이었다''는 사실이다.

안전위는 지난달 4일부터 지난 7일까지 33일 동안 고리 1호기 정기검사를 시행했다.

지난달 2일 안전위는 고리 1호기와 월성 2호기 정기검사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문가 30여 명씩을 각 원전 안전 점검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리 1호기의 경우 장기가동 원전임을 고려해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안전위는 강조했다.

하지만 고리 1호기 정기검사에 안전위가 투입한 전문가 30여 명은 검사 도중 발생한 중대 사고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눈을 뜨고도, 봐야 할 걸 못 본 꼴이다.

안전위는 뒤늦게 고리 1호기에 현장조사단을 파견해 조사에 나서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한 안전위 관계자는 14일 "안전위가 정기검사를 하더라도 사업자가 하는 모든 시험에 입회한다든지, 옆에 붙어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든지 그러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안전위는 지난해 10월 2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으로 비롯된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원자력 안전수준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출범 의의를 밝혔다.

하지만, 정기검사 기간에 발생한 중대 사고도 파악하지 못하는 안전위에게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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