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을 지하철 선로에 떠밀었나?

공황장애로 자살한 지하철 기관사, 근무여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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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황장애로 지하철에 투신자살한 이 모(43) 씨가 일하던 5~8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서울메트로와는 달리 1인 승무 시스템이다. 혼자서 운전하고, 방송하고, 문을 열고 닫는다.

겉으로 보면 매우 단순한 일이다. 2분 운전하고 30초 정차하는 일의 반복이다.

그러나 이 일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하는 시간인 5시간씩, 그것도 휴게소도 없이 터널로만 돼 있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자아''''를 잃게 되는 일이 많다고 한다.

30대 후반의 기관사 A씨는 ''''이 일을 12년간 했으니까 출발~정차의 한 사이클로 이뤄진 이 일을 수 백만 번 했다고 봐야겠죠. 지루하죠. 새로울 것이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이 단순함 속에 치명적인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최소 1000명에 이르는 승객들의 안전이다.

A씨는 ''''객차 안에는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가 있는 거죠. 무슨 사람이 타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는 거죠. 응급환자도 있을 것이고, 술취한 사람도 있을 거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데 그 사람들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지면 모두 기관사 책임이죠''''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런 돌발 상황을 혼자서 모두 해결해야하니 더 부담감이 크다. 이런 변수에 잘 대처하지 못해 발생한 민원은 곧바로 근무 실적에 반영된다.

특히 지하철이 고장 나거나 지연 운행을 하게 되면 그 것 역시 기관사의 책임이다. 따라서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크다.


이들은 모든 역에 10초 단위로 표기된 도착, 출발 시간을 맞춰야 한다. 늦어지면 ''''회복하라''''는 무전이 수시로 날아온다.

이들의 일상은 출근에서부터 퇴근까지 모든 게 시간 단위로 촘촘히 짜여있다.

근무는 6분의 시간차를 두고 차에 오르는 순서가 정해진 교번제라는 독특한 형태로 돌아간다.

9일 단위로 주간 승차 3회, 야간 승차 2회, 휴일 2회씩이 돌아간다. 정확히 운행 30분 전에 출근했다가 운행후 30분 만에 퇴근한다.

그물처럼 얽힌 근무 시간 때문에 병가나 휴가를 쓰기 어렵고, 근무 교대하기도 힘들다.

이 같은 공포감과 고독감, 막중한 책임성이 교차하는 근무 환경이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를 낳고 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윤승훈 선전국장은 ''''지금은 대부분의 역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돼 공황장애의 최대 적인 자살사건은 예전에 비해 많이 사라진 게 사실이다''''며 ''''그럼에도 공황장애를 일으킬 만한 근무 환경은 아직도 도처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 기관사들의 근무 강도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음성직 사장 시절 더 심해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05년부터 5년간 사장으로 있으면서 음 전 사장은 모두 17차례 공사기구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실적위주로 회사를 경영했다고 한다.

A씨는 ''''승객들로부터 민원을 받으면 안되고, 받아도 칭찬 민원을 받아야 한다고 늘 강조했죠. 그래서 행복방송이라는 차내 방송도 열심히 해야했고요. 압권은 수동운전 도입이었죠. 에너지를 아끼자는 취지로 자동운전 대신 수동운전을 권장했는데 그러나 효율성은 더 낮았죠''''라고 말했다.

결국 이 수동운전은 그 유명한 지하철 역주행 사건으로 올해 1월부터 자동운전으로 다시 회귀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기관사들의 고충은 몰라주고 역주행 하나로 기관사들을 집단으로 매도했을 때는 참 섭섭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승객들의 욕이 우리들을 구원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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