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8관왕 마이크 펠프스(미국). 그가 탁월한 성취를 거둔 비결은 ''맞춤훈련''에 있다. 펠프스의 주특기는 잠영과 돌핀킥. 그의 잠영 깊이와 거리는 각각 1m와 13m로 다른 선수의 두 배에 가깝다.
일본 NHK의 ''펠프스 특집 다큐''에서 보면 펠프스는 턴을 한 후 몸을 45도 각도로 꺾은 다음 돌핀킥으로 1m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물 위로 올라온다. 덕분에 수면 아래 50cm 위에서 생기는 파도저항을 피했다. 또 돌고래처럼 양발을 모은 뒤 가슴에서부터 물결치듯 몸을 움직이는 돌핀킥 구사했는데, 이런 킥은 깊고 멀리 잠영하는데 유리하다.
펠프스는 돌핀킥 강화를 위해 특별훈련을 받았다. 우선 8kg짜리 납벨트를 허리에 두른 채 물 위로 머리만 내놓고 서서 헤엄을 친다. 이때 손은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다리 힘만으로 40초간 돌핀킥을 한다. 10초 휴식 후 다시 40초간 실시. 이 동작을 10세트 반복한다. 펠프스는 "전체 훈련 중 이 훈련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납벨트를 착용한 채 수영장 바닥에서 몸을 1m가량 솟구치는 훈련을 총 100회 진행한다. 10회 반복하고 10초 휴식하는 식으로 10세트 실시. 물 속에서 100회 점프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에 이 훈련은 사흘에 한 번만 소화했다.
혹독한 훈련을 견딘 펠프스의 정신력은 물론, 훈련 효율을 극대화 하는 새로운 훈련방식을 고안해 적용한 지도자의 창의성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는 "보편적으로 지도자가 창의적 성과를 내는데 있어 몰입은 중요한 결정 변수로 판단된다. 우선 지도자는 자신의 종목을 이해하고, 지도 상황이나 경기에 창의적 훈련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확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지도자의 창의적 시도 ''실패하면 사장 vs 성공하면 확산''
30여년간 세계 정상을 고수한 양궁 대표팀은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맞춤훈련을 한다.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남녀 대표팀은 소음에 적응하기 위해 관중이 꽉 찬 잠실야구장에서 성대결을 벌인다. 최전방 철책 근무, 번지점프 등을 통해 담력도 키운다. 지난 2월 초에는 영하 17도 혹한 속에 국가대표 전원이 한강을 따라 21km를 걸었다. 일종의 정신력 강화 훈련이다.
많은 나라가 한국 양궁과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맞춤 트레이닝''을 배우려고 한다. 두 종목이 국제무대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둔 것은 창의적 훈련의 효과가 검증됐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 훈련을 접목시키는 나라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양궁 국가대표 2차 평가전은 런던 올림픽에서 양궁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킷 그라운드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에서 치른다. 과녁의 방향, 경기 시간, 발사 방식을 모두 런던 올림픽에 맞췄다. 남자양궁 세계랭킹 1위 브래디 엘리슨을 보유한 미국도 이같은 훈련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막강 전력의 한국을 제압하기 위해 일종의 ''따라하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세계 최정상으로 군림하는 한국 쇼트트랙은 올림픽을 앞두고 매번 호리병 주법, 외다리 주법, 날 들이밀기 같은 독창적인 기술과 주법을 선보였다. 한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휩쓸자 이 기술들은 세계 쇼트트랙의 교과서가 됐다. 특정 종목에서 최강의 위치를 확보한 나라의 ''창의적 훈련''이 확산되는 현상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윤영길 교수는 "지도자가 창의적 방식으로 지도하고 성과를 거두면 창의적 방식을 수용하고, 다시 창의적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며 "물론 성공도 하지만 실패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새로운 방식이 성공을 거두면 평가되지만 실패하면 사장된다는 점이다. 창의적 시도를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하기도 하고 성공하기도 하는데 성공만 부각되는 편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