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주진모 "키스신, 남자보다 여배우가 더 부담…행여 오해할까"

남자배우끼리는 연기니까 이해, 여배우는 오해할까 오히려 조심

ㅎㅎ
사랑을 위해선 불륜도 불사했다(''해피엔드''). 금기에도 도전했다(''쌍화점''). 때로는 목숨도 바쳤다(''사랑''). 선 굵은 남성적 외모에 애절한 눈빛을 지닌 배우 주진모다. ''가비''(감독 장윤현)에서 또 다시 한 여자를 뜨겁게 사랑한 그는 "사랑이란 마음을 갖고 움직이는 캐릭터가 좋다"고 인정했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주진모는 "내가 공감하고 몰입한 인물을 보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고 살아간 인물"이라며 "연기하면서도 좋았지만 관객 반응 또한 좋았던 것 같다"고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설명했다.


주진모의 이 같은 열정은 비단 남녀관계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남자배우가 선뜻 도전하기 힘든 동성애 연기를 데뷔 초기에 선보였다. 그것도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전인 1999년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슬픈유혹''에서 김갑수와 키스신을 찍었다.

조인성과 러브신을 연출한 ''쌍화점''(2008)은 이로부터 9년 뒤의 일이다. 주진모는 또한 김기덕 감독의 실험적인 영화 ''실제상황''(2000)을 찍기도 했다.

의외로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주진모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배우로서 도전하기 부담스러운 역할을 많이 했다"고 동감했다. 이어 "사실 회사에선 배우들이 광고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역할은 자제시켰다. 하지만 전 배우로서의 제 선택에 고집을 많이 부렸다"고 뿌듯해했다.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아관파천 시기인 1896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사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작품. 주진모가 연기한 일리치는 고종독살사건에 휘말린 연인 따냐(김소연 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이다.

가비에서 주진모의 모습은 기존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가비는 그에게 또 다른 도전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시나리오 초고 단계에서 출연을 확정한 그는 장 감독의 제안으로 난생 처음 시나리오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일리치의 대사를 거의 자신이 만들다시피 했다.

주진모는 "솔직히 가비는 제가 연기한 캐릭터보다 조선의 거의 마지막 왕인 고종에 대한 새로운 접근에 매료됐었다"며 "명성황후를 주로 다뤘지 고종은 없지 않느냐. 고종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한 영화가 한번쯤 나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참여한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왕 역할을 해볼까도 생각했다"며 "하지만 쌍화점에서 한 왕 역할이 워낙 강해서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캐스팅 배경을 전했다.

ㄴㄴ
주진모는 이번 영화에서 극중 연인인 김소연과 키스신을 찍었다. ''쌍화점''때보다 농도가 약하다고 농담하자 그는 "오히려 남자끼리 찍는 키스신이 부담이 덜 된다"고 웃었다.

"남자배우끼리는 서로 연기라고 생각해서다. 여배우와는 딥키스를 할 경우 상대가 오해할까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특히 소연씨가 아주 오랜만에 영화를 찍는 관계로 불필요한 부담은 주고 싶지 않았다"고 배려심을 드러냈다.

앞서 주진모는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 김소연 또한 매우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으로 주진모를 소개했다. 주진모는 "제가 알고 보면 개그맨"이라고 밝혔다. "전 카메라 앞에서만 ''가오''잡는다. 연기하지 않을 때는 마치 꼬마아이 같아진다. 밥 달라고 떼쓰기도 하고 쉬 마렵다고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인간미가 느껴진다고 할까."

주진모는 감춰진 자신의 모습을 스크린에 펼칠 기회도 기다린다. 그는 "지금까지처럼 사랑에 당위성이 있는 캐릭터면 또 연기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반대로 아주 악랄한 캐릭터나 재밌는 옆집 오빠같은 일상적인 인물도 연기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건 그렇고 사랑은 영화에서만 할 것인가? 현실에서는 언제 사랑을 이룰까? 주진모는 "운명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운명의 상대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따져봤다. 그러자 "그렇다고 선보고 결혼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내비쳤다. 15세 관람가,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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