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불과 8개월의 시차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총선 전략은 대선 전략 만큼이나 중요하다.
친박계 공천학살부터 시작해 세종시 수정안,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했던 박 위원장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며 탄압의 대상으로 인식됐던 만큼 그가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을 책임진다는 것 자체가 현 정권과의 차별화인 셈이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강력한 재벌 개혁론자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고 ''경제 민주화'' 개념을 도입하는 등 현 정권의 경제 정책과 차별화를 모색했다.
또, 4대강 사업 반대론자인 이상돈 비대위원을 필두로 ''MB 측근 용퇴론''을 내세우면서 정치적으로도 이 대통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복지 확대를 추진하는 것 역시 ''선 성장''을 내세우는 현 정과의 차별화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를 두고 "당이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국민이 원하는 그런 정치, 그런 정책으로 나가겠다고 당명도 바꾸고 가장 핵심인 정강정책까지 확 바꿨다"며 ''차별화''가 총선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위''를 가동하며 현 정권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키는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또 박지원, 전병헌, 최재성 의원 등 당내에서 손꼽히는 저격수를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 전담 마크맨으로 내세우는 등 MB정권 심판을 위한 밑바닥 다지기에 한창이다.
한명숙 대표는 "역사는 이명박 정권 4년을 대한민국의 암흑기로 기록할 것"이라며 "민생대란, 물가대란, 일자리 대란의 국민 절망시대"라고 규정하고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와함께 민주통합당은 ''MB와 박근혜는 한 몸, 조수석 동승자''라며 차별화를 주장하는 박 위원장 역시 타깃으로 삼고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연일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는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가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양당의 선거전략에 대한 평가는 새누리당 ''맑음'', 민주통합당 ''흐림''으로 요약된다.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의 ''피해자''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곡차곡 차별화 전략을 실행해 나가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전략을 잘 살리지 못한 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의 사안을 들고 나오면서 오히려 위기에 처한 새누리당에 기회를 주는 ''제 발등 찍기''를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민주통합당이 잘 못해서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뒤 "MB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면 여론이 민주통합당을 지지할텐데 한미FTA나 해군기지 등 오히려 찬성이 많을 수도 있는 사안을 들고 나왔다"고 지적했다.
명지대 정치학과 신율 교수는 이를 "전략과 목표를 혼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총선 전략은 MB정부 심판론으로 가고 한미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재검토는 총선 승리 뒤 쟁취할 목표로 삼으면 되는데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을 ''포수'', 민주통합당을 ''사냥개''에 비유한 뒤 "새누리당이 아젠다를 던지면 그걸 덥석 무는 것이 민주통합당"이라며 "MB정권 심판이라는 판이 이미 짜져 있는데 그걸 못 살리고 새누리당에 끌려가는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