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2일 새벽 4시 반쯤 여수에 사는 A 여인의 부모는 27살난 딸이 전 애인 B(38) 씨에게 납치됐다고 여수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그날 오전 11시 반 여수에서 결혼식을 앞둔 신부였다.
여수경찰은 납치 신고가 접수되자 부랴부랴 토요일이라 쉬는 강력수사팀과 실종수사팀 등 전 직원 30여 명을 총동원하고 전국 경찰에 공조 수사 요청을 하는 한편 A 씨의 휴대폰을 실시간 추적하는 등 총력수사에 나섰다.
꺼졌다가 가끔 켜지는 A 씨의 휴대폰은 당일 오전 7시쯤 순천, 다음날 새벽은 충남 서산, 밤 10시엔 대전, 다음날 아침 11시쯤은 경남 함양, 12시쯤엔 경남 사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신호가 잡혔다.
처음엔 버스를 이용할 것으로 판단한 경찰은 이때 이동 동선이 고속도로임을 직감하고 여수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여수로 들어오는 순천과 광양 등 주요 고속도로 요금소에 경찰을 배치했다. 결국 용의 차량은 광양 요금소에서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그러나 A 씨는 납치된 것이 아니었다. A 씨에게는 5년 전부터 사귀던 유부남 B 씨가 있었다. A 씨와 B 씨의 교제는 5년 전부터 이어졌고, B 씨는 A 씨와의 교제를 이유로 전 부인과 이혼한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려 했지만, A 씨의 가족들은 아이까지 딸린 남자와 딸을 결혼시킬 수는 없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A 씨는 B 씨와 교제를 안하겠다고 가족들에게 말한 뒤 2년 전부터 동갑내기인데다 같은 직장에 다니는 C 씨를 사귀기 시작했고, 결혼날짜를 잡은 것이다.
A 씨의 결혼 소식을 들은 B 씨는 결혼식이 있기 이틀 전 수면제를 먹고 자신의 집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이에 마음이 흔들린 A 씨는 결혼 당일 새벽 3시쯤 B 씨의 집을 찾았고, B 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집을 찾아왔을 때도 두 사람을 숨겨 줬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A 씨는 B 씨에게 "헤어지지 못하겠다. 함께 도망가자"고 말했고, 오전 7시쯤 두 사람은 함께 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순천으로 가서 B 씨의 후배 차를 빌린다. 도피하는 동안에도 A 씨가 운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사를 담당했던 여수경찰 관계자는 "납치 사건이라고 해서 비상을 걸고 3일동안 총력수사를 했는데, 확인결과 도피행각으로 드러나니까 어이없고 황당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