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사상 최대 서민 물가 안정에 나선다는 명목 아래 지난 1일부터 1년간 400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5∼50% 인하하고 1,000개 주요 상품은 최대 5주간 50% 이상 할인 판매한다는 광고를 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홈플러스에 갔다가 허탕을 쳤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1일 홈플러스 강동점을 찾은 주부 34살 이 모씨는 홈플러스가 대대적인 가격인하 행사를 한다는 광고에 솔깃해 신선식품 매장을 방문했지만 구매를 원했던 딸기는 동이 난 상태였다. 이 씨는 "직원이 12시 이전에 다 팔렸다며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오라고 말했다"면서 "어떻게 충분한 물량을 갖다놓지도 않고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기간 중 일찌감치 동이 나 버린 제품은 딸기 뿐이 아니었다. 삼겹살과 달걀, 동태, 돼지갈비 등 홈플러스 측이 할인판매한다고 광고한 다수의 제품들이 매진돼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리거나 다른 물건을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홈플러스는 400개 제품을 할인판매한다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전체 할인 품목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이와관련해 "(할인품목은)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외비"라며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이마트가 지난달 28일 우유와 커피, 씨리얼 등 14개 생활필수품 가격을 동결하면서 해당 품목과 준비된 물량을 정확히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정작 할인판매에 맞춰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경쟁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서둘러 할인 행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이마트는 가격동결 발표 당시 "이마트 우유의 경우 1년 판매량이 48만 개가량이지만 협력 업체와의 사전기획을 통해 60만 개를 예약 매입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었고 여기에 소요된 준비 기간만 6개월가량 걸렸다"고 밝혔다.
매출을 올리는 것이 할인행사의 주요한 목적이지만 가격 동결이나 할인은 소비자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경쟁업체인 이마트의 가격 동결 할인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 준비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이 같은 행태는 소비자 불신으로 이어져 업계 전체가 불신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이승한 회장이 지난달 27일 "대형마트규제는 서민들이 좋은 상품을 소비할 권리를 박탈하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심판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 동반성장과 골목상권 보호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한데 이어 판촉사원 인건비 떠넘기기, 충분한 준비없는 할인행사로 빈축을 사는 등 홈플러스가 잇따른 무리수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