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평에 이르는 이곳은 70년대부터 유기농 농법으로 채소가 경작된 국내 유기농의 발상지다. 지금도 27개의 비닐하우스 안에 딸기, 양상추, 시금치, 아욱 등 다양한 채소가 유기농업으로 재배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곳을 수변공원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한강 1공구로 분류된 이곳은 아직 공사의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찾은 이곳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는 현수막과 망루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그 가운데 한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두물머리! 이제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라고 쓴 빨간색 현수막에는 서규섭, 임인환, 최용왕, 김병인이라는 네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09년 5월부터 4대강 사업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는 4명의 농부 이름이다.
사실 이 곳에는 11명의 농부들이 유기농 채소를 재배해오고 있었다. 그러다 2010년 겨울 일곱 농가가 싸움을 포기하고 떠난 뒤 지금은 이들 네 농가만 남게 됐다.
이들 4명의 농부는 이구동성으로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들은 4대강 공사 전까지 만해도 수도권 상수 보호구역에서 유기농 농법을 고수하며 농사를 짓는 친환경 농군들로 추앙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도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유기농 채소의 소비처도 알선해주고 유기농 농법이 장려되도록 다양한 혜택도 제공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정부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유기농 단지가 한강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오염원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철거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인환(48) 씨는 ''''그 전까지만해도 판로도 확보해주고 지원도 해주던 당국이 어느 날 갑자기 유기농 단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암을 유발시킨다면서 여론을 호도하기 시작했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정말 웃기는 얘기죠''''라고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들은 4대강 사업을 위해 자신들을 하루아침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내몬 당국이 너무도 야속하다고 했다.
특히 국가와 체결한 예약에 따라 정당하게 경작권을 행사중인 자신들과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개발 사업을 몰아 부친데 대한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10년전 이 곳에 귀농했다는 임 씨는 ''''올해 말까지 우리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도록 허가를 받은 상태기 때문에 우리가 권리인''''이라며 ''''그런데도 우리와 정당한 절차나 법적 조치 없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덤비니 용납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서규섭(45) 씨는 ''''이곳에 계획된 4대강 공사는 결국은 유기농 단지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 도로나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농업이 사양산업이라지만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인데 그 것 대신 공원을 만든다는 게 도무지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13년 전 이 곳에 귀농했다는 서 씨는 ''''지난 40년간 어렵게 만든 유기농 단지를 한 갓 강변정비사업으로 없앤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며 ''''설사 강변을 정비한다하더라도 농토와 농민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국가의 국책사업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농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 하는 비중이 작고, 농민도 소수인 것은 맞다. 그러나 국가는 그 소수를 무시하면 안된다. 국책사업이라도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억울함을 호소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설득시키는 게 정부이지, 그들을 죽이는 정부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 같은 4년간의 저항 과정에서 이들은 ''''밥먹듯'''' 경찰서와 법정을 오가야했다. 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았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전락한 것이다.
서 씨는 ''''집시법,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불법경작 등 농민 한 명당 3~4개의 전과를 가지게 됐다. 4~5백만원에 이르는 벌금도 벌금이지만 경찰서 불려 다니는 아버지를 애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것이 더 두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두물머리 사태를 해결할 대안이 전문가들인 ''''두물머리 대안연구단''''에 의해 제시됐다.
시설단지를 가로지르는 자전거도로 대신 기존의 길을 따라 수변 산책로를 조성하고 시민텃밭과 치유농장을 조성해 도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농지 보존·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의 방춘배 사무국장은 ''''수변구역을 변화시키면서 지역의 역사문화 가치도 보존하고 환경도 살려 모두가 사는 대안을 모색한 것''''이라며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곳은 이 곳이 유일하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나 당국은 이에 대해서도 일부 농가가 하천 토지를 점용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이 대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두물머리의 갈등이 어떻게 풀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