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있는 김해을 선거구는 지난 17, 18대 총선에서 경남에서는 유일하게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아성을 무너뜨린 곳이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엔 ''야권의 성지''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가진 젊은 30~40대 유권자들이 신도시인 ''장유면''과 내외동을 중심으로 몰려있는 영향이 컸다.
◈ 보궐패배 충격…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카드 "반드시 되찾겠다"
그러나,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이 판도가 깨지고 말았다.
야권단일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지만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에게 패했다. 김해에 연고도 없는 김태호 후보는 두 번의 도지사를 거친 경험과, 밑바닥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김해 출신의 야권단일후보를 눌러 이변을 일으켰다.
야권은 충격에 빠졌다. 문재인씨는 "김해 을 보궐선거에서 패하는 것을 보고, 정치에 뛰어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까지 말했다.
야권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잃어버린 지역구를 되찾아 오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물론, 봉하마을에서의 퇴임 후 생활도 함께 했고, 그의 죽음까지도 지켜 본 인물이다.
지난 1월 1일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출마를 선언한 김 후보는 "당신이 가르쳐주신 대로, 배운 대로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멀리 보고 크게 보며 가겠다"며 "반드시 이겨서 시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바람을 선물하고, 부산 경남에 새로운 바람이 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분위기는 현 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태"라며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자존심을 지켜달라는 민심이 투표로 이어지게 하는 역할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광이 아닌, 노무현을 넘어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이번에 이기지 못하면 다시 탈환하기가 쉽지 않다. 대통령의 고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김경수 후보는 당내에서 곽진업 후보와 경쟁을 해야 한다.
이번이 3번째 출마인 데다,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아 표밭을 관리해오면서 인지도가 높은 편인 곽 후보는 국세청 차장 출신으로, 33년의 행정경험에서 나오는 오랜 경륜이 장점이다.
민주통합당에선 김경수와 곽진업을 상대로 한 단일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도 거쳐야 한다.
통합진보당에서는 박봉열 전 민주노동당 김해시위원장이 예비 후로로 등록한 상태며, 진보신당에서는 이영철(42) 도당 부위원장이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서울정치 포기하고 바닥누빈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수성가능"
김태호 의원은 당선 이후 "중앙 정치는 포기했다"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지역 현안 해결과 유권자 만나기에만 전념하며 김해을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지역정서로 볼 때, 야권 지지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김 의원도 인정하고 있지만,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운 스킨십으로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1년 전보다 저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줄어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기가 편하다"는 김 의원은 "지난 1년 동안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일했다. 김해시민의 정서와 바램을 알기 위해 최대한 접촉을 하려고 많이 했다"고 의원 생활 1년을 평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 선거에서 필승 공식으로 통했던 인물론과 스킨십을 내세우는 전략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당시 김 후보는 나홀로 선거방식과 자신을 낮추는 감성전략, 인물론을 내세워 상대후보가 내세운 정권 심판론을 조금씩 희석시켜 나가는 전략으로 승리해 역시 ''선거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후보는 "잠을 줄여서라도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겠다는 각오를 갖고 선거운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호 후보는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지역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하는 유권자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김 후보 외에는 황전원 한국폴리텍 제7대학 동부산캠퍼스 학장이 예비 후보로 등록하고, 김태호 의원과 당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김해을 선거구의 경우 선거판을 뒤흔들만한 쟁점은 딱히 없다. 역시 ''노풍의 확산''이냐, ''노풍 차단''이냐의 구도로 갈 수 밖에 없다. 선거판세는 그야말로 박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씨로부터 시작된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노풍의 영향을 크게 받을 지역이지만, 현역인 김태호 의원이 바닥표심을 누구보다 열심히 다졌기 때문이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