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인터뷰]''종합선물세트'' 같은 2집 발표한 클래지콰이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음악은 맛있다. 턱이 시릴만큼 상큼하다가도 목이 따가울 듯 달기도 하다. 혀끝을 간지럽히는 고소함도 느껴진다.
음악팬들을 미식가로 만드는 별난 재주를 가진 클래지콰이가 두 번째 앨범 ''컬러 오브 소울(Color your soul)''을 발표했다.
지난해 1집 ''인스턴트 피그(Instant pig)''와 리믹스 앨범을 차례로 내놓은 뒤 최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수록된 ''쉬 이즈(She is)''로 가요계에 일렉트로니카를 확실히 뿌리내린 클래지콰의의 두 번째 음반은 소울부터 삼바, 하우스 등이 적절히 녹아든, 목마른 음악팬들에게 친절히 건네는 ''종합선물세트''다.
캐나다 교포 출신 프로듀서 DJ클래지(김성훈)가 이끄는 클래지콰이는 알렉스와 호란이 보컬로 참여하는 프로젝트그룹. DJ클래지가 카필라노 칼리지 재학시절 자신의 음악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유명세를 치렀고 이후 발표한 1집은 수록된 다섯 곡이 여섯 편의 CF 배경음악에 쓰이면서 인기를 얻었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때문인지, 유독 이들에게 거는 주변의 기대는 두텁지만 정작 DJ클래지는 "4개월만에 뚝딱 만든 작업"이라는 의외의 말을 한다.
"하고싶은 음악의 동기부여 자체가 없었어요. 모델이 돼 줄 아티스트를 찾지도 못했고. 방황하던 중에 만든 작품이에요."
#BGM도 좋지만 ''감상용'', ''소품용''이 되기 싫은 아쉬움
책임감에 무게를 두거나 과하게 욕심부리지 않은 이번 앨범은 1집보다 미니멀해진 것이 특징.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곡들이지만, 감상용이나 소품적인 느낌은 아니란다.
그렇지 않아도 클래지콰이의 입에서는 아쉬움이 깃든 ''감상용'' 혹은 ''소품용''이란 단어가 곧잘 나왔다. 이들의 음악은 BGM(배경음악)으로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 누볐지만 스스로 주(主)와 객(客)이 엇갈리는 듯한 기분도 들어 안타까웠기 때문.
"훌륭한 배경음악으로 인정받아도 음악 자체가 등안시될 수도 있어요. 소품적인 음악이 아니라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음악을 원하니까. 물론 BGM전문팀이란 것도 나쁠건 없다지만 배경음악보다는 메인이 되고픈 욕심은 당연하죠."
간신히 정한 타이틀곡 ''필 디스 나이트(Fill this night)''는 달그림자가 그려진 잔잔한 호수를 보는 묘한 기분을 전한다. ''춤''은 1집 ''타투''를 잇는 호란의 몽롱한 목소리가 인상적. 앨범 제목과도 같은 ''컬러 오브 소울''은 무엇보다 알렉스의 여성팬들이 가장 반길 만한 밝은 노래다.
#호환이 잘되는 그룹
클래지콰이는 호환이 잘 되는 그룹이다. 프로듀서 DJ클래지는 호란과 알렉스만큼 자신의 곡을 절묘히 소화해낼 적임자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두 보컬에게도 이처럼 세련된 노래를 부를 기회는 분명 행운이다.
호란은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클래지콰이의 음악은 다를 수 있지만, 클래지콰이라는 양질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 중"이라고 했다. 소속사인 ''플럭서스'' 김병찬 대표가 ''난장뮤직''을 이끌때부터 눈여겨 본 재능아 호란은 이번 앨범에서도 기대를 버리지 않는 보이스로 귀를 집중시킨다.
"지금은 당도가 충분한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기분"이라는 알렉스는 "늦게 늦게 농익고 난 뒤 다음 일을 생각하겠다"고 했다. 각자의 작업에 만족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일본에서도 ''다른 한국음악''을 전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었다. 영화 ''외출'' OST에 참여한 것과 축구스타 베컴이 출연한 TBC CF에 ''스위티''가 삽입된 것도 이들의 일본 진출의 호재로 작용해 지난달 28일 일본에서 발표한 1집 앨범 ''인스턴트 피그''의 상승세가 무섭다.
10여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2집 알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클래지콰이는 오는 28, 29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단독공연을 열고 팬들과 만난다.
공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알렉스에게 물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무대 위 눈인사''는 어떻게 고안한 것이냐고. 피식 웃으며 "무대에서 창피해서 웃었는데, 그게 캐릭터가 됐다"고 대답한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