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승용차 "이젠 내가 잘 나가"

고유가시대 디젤신차 봇물

디젤 엔진을 단 승용차의 질주가 무섭다.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앞다퉈 디젤 승용차 모델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름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연료 효율성을 갖춘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 차량의 단점으로 지목되던 소음, 진동을 줄여 승차감도 높였다. 올해 디젤 승용차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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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최근 i40살룬을 선보이면서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함께 내놨다. 현대차가 i40살룬 디젤 모델 앞에 붙인 수식 문구는 ''국내 업체의 중형 세단 가운데 유일한 디젤 모델''이다.

여기서 i40살룬 디젤 모델을 출시한 현대차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늘어나는 승용 디젤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중형 왜건 i40도 가솔린과 디젤 두 모델을 출시했다. 당초 현대차는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판매비율을 8대 2로 예상했다. 하지만 사전계약 결과는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3대 7로 디젤 모델의 계약이 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준중형 i30도 판매량 중 절반이 디젤 모델이다. 소형 엑센트도 디젤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의 성장세는 지난해 수입 디젤 차량의 판매 비중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디젤 차량의 비중은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난 35.2%다.

판매된 수입차 3대 중 1대가 디젤 차량인 셈이다.

BMW의 디젤 세단인 520d의 경우 지난해 6211대가 팔려 전년 대비 판매량이 4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의 급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는 i40·i30 디젤 모델의 홍보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아차의 K5는 현재 유럽시장에 디젤 모델을 수출하고 있어 큰 준비 없이 내수 출시가 가능한 상황이다.

한국GM은 올 하반기 중형 세단 말리부 디젤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며, 르노삼성도 디젤 차량 출시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을 선점한 유럽 브랜드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다양한 디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BMW는 다음달 말 ''뉴 3 시리즈'' 디젤 모델 2종을 출시할 계획이며, 이미 BMW그룹 산하 미니는 10일 쿠퍼D 디젤 모델을 선보였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주력하던 일본 업체들도 디젤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피니티는 다음달 말 일본 업계 최초로 3ℓ디젤 엔진을 단 FXd를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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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음·진동 큰 디젤차 옛말

사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을 단 승용차의 선전은 점치기 힘들었다.

2005년 아반떼 디젤을 앞세워 베르나, 소나타, 클릭 등의 모델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대부분 동종 가솔린 차량에 밀려 생산이 중단됐다. 그래서 국내 시장을 두고 ''디젤 세단의 무덤''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힘은 좋지만 소음이 크고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인식 탓이다. 이런 인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은 연비를 높이고 소음, 진동, 매연은 줄인 디젤 엔진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디젤 차량 판매량을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장기화 하는데다 최근 대이란 제재로 기름값이 다시 치솟으면서 디젤 차량의 경제성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름값을 ℓ당 휘발유 2040원, 경유 1894원으로 잡고 연비가 ℓ당 11㎞인 가솔린 차량으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8만 여원이 든다. 반면 ℓ당 16km를 가는 디젤 차량을 탈 경우 5만여 원으로 3만 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다.

현대차 i40살룬 디젤 모델의 경우 연비가 ℓ당 18㎞로 동종 가솔린 모델(13.1㎞)을 크게 앞선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3㎏·m며, 속도를 줄일 때 차의 진동과 소음이 심해지는 현상을 줄여 승차감도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연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디젤 모델은 가속 성능도 가솔린보다 뛰어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 차량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중고차 전문업체 카즈에 따르면 디젤 승용차를 찾는 소비자는 15일 현재 100명 중 8명 꼴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명보다 크게 늘었다.

김민성 카즈 판매담당은 "디젤 프라이드와 아반떼의 경우 대기수요까지 등장한데다 희소가치까지 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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