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애청자로부터 온 이메일 편지를 소개할까 한다.
"... 전남 신안에서 불이 났는데 소방차가 없어 집 한 채를 거의 태웠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명절에도 섬사람들은 집에 많이들 가지 못합니다. 4대강 사업에 들어 간 돈의 단 몇 %만이라도 섬 개발에 투자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본이나 유럽은 오히려 섬 개발을 통해 관광자원을 확보하고 부를 축적해 가는데 우리나라는 섬에 너무 무관심합니다. 섬주민도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문화적 혜택이나 기본적인 교통문제마저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저 어릴 적에 놔주겠다고 하던 다리는 벌써 40년이 훌쩍 흘렀으나 소식이 없습니다. 인구가 많은 큰 섬은 초기에 돈이 들더라도 다리를 놓으면 후세에 오래도록 효과를 갖게 됩니다... 섬 주민에게 최소한의 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대부분의 섬 주민들은 식수, 전기, 교통, 문화, 의료, 복지 등 기본적인 생활 여건의 수준이 육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전남 완도군 황제도에서 지난 1월 14일 산불이 났다. 갯바위 근처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섬을 뒤덮어 섬 절반이 타버렸다. 어깨에 메는 분무소화장치 3대가 섬에 있는 전부였지만 그걸 어깨에 멜만한 주민도 없었다. 모두 고령의 노인들만 살고 있었다. 공무원이 헬기 타고 배타고 산불진화 지원 나오는데 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섬 주민들 생계를 지원하려고 다시마 양식 등 사업을 권장해도 젊은 사람이 없어 못하는 섬들 많다. 농사지을 땅도 별로 없으니 대부분 민박에 기댄다. 섬의 고령화는 육지보다 더 심각하다.
규모가 크고 육지가 가까운 몇 몇 섬을 빼고는 군인과 공무원의 자녀 외엔 어린이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학교를 통폐합으로 간단히 줄여 버릴 수는 없는 일, 살려 두어야지 학생 수 적다고 없애다 보면 젊은 사람은 섬에 살 수 없게 된다. 올해 서울대에 합격해 입학하는 조도고교 김빛나 양이 화제가 됐다. 학원은 고사하고 서점도 문방구도 없는 섬에서 참으로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뛰어난 재질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섬에서 자라며 자신을 꽃피우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도 해 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사람 사는 섬'' 만들기 대책도 만들어 보지만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앙 정부에 건의서를 올리기도 하지만 늘 반영되지 않고 뒤로 밀린다. 인구가 적고 유권자 표가 적으니 정치적으로 푸대접하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물, 전기, 교통, 의료, 생필품 물류비, 섬 생산품 유통물류비 등이 국가가 지원해야 할 것들은 많다.
우선 식수 문제다. 섬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전남의 경우 식수원 개발이 끝나지 않은 섬이 60%에 이른다. 주민들은 빗물과 지하수를 이용하고 가뭄엔 제한급수가 되풀이 되고 있다. 해수 담수화 시설을 세우기도 하지만 유지운영비가 많이 들어 부담스럽다.
교통도 아직은 불편하다. 여객선 운임을 낮추고 운항 횟수를 늘리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배도 커져야 한다. 날씨가 웬만큼 궂어도 뜰 수 있고 속도를 내 오가는 시간을 줄여줘야 한다.
보건소나 병원선도 늘려야 한다. 전국에 병원선은 모두 5척이다. 전남이 2대, 인천·충남·경남이 각각 1대 씩 갖고 있다. 섬이 200여개인 전남이 병원선 2척을 쉬지 않고 돌려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진료소가 있으면 1년에 한 번, 진료소가 없으면 1년에 5번 들른다.
섬 생활이 끔찍해 어린 시절 도망치듯 떠난 사람들 많을 것이다. 지금 돌아가 보면 변한 게 없어 분노가 치민다는 이야기도 한다.
섬도 국토이다. 주민이 살고 있어야 국토로서 가치가 있다. 이제야 우리는 섬이 갖고 있는 자원과 가능성에 서서히 눈 뜨고 있다. 일본은 ''이도(離島) 센터''라는 것을 두고 섬을 연구하고 기획한다. 섬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섬 정책을 연구해 개발하고 보호할 섬을 분류·지정하는 기관이다. 주민 교육, 관광객 교육, 섬 가꾸기 사업 등도 담당한다. 일본이 갖고 있는 기본이념은 ''섬은 곧 국토''이다. 유인도 무인도 할 것 없이 철저히 관리한다. 우리 땅 독도마저 넘보고 있지 않은가.
하긴 우리는 있던 해양수산부도 없앴다. 섬을 행정안전부가 맡아 개발계획을 짠다. 이대로 두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