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은 왜 태권소녀가 됐나

제주 이어도극단 ''수연''씨의 투잡(two jop)기

고수연 - 길거리 공연
태권도 교관이 되기 위해 매일같이 체육관을 찾아 실습을 하는 여대생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녀의 꿈은 연극배우다. 연극을 하고 싶어 태권도를 배운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본업을 위해 부업을 해야 하는 제주지역 연극계의 아픈 현실을 들여다본다.

인상 좋아 보이는 진한 눈썹, 스물다섯 여대생 고수연(25, 제주대 생활환경복지학과 4학년)씨를 지난 8일 제주시 중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릴 적부터 연극인을 꿈꾸었죠. 학창시절 연극반 활동을 했어요. 어느 날 한 극단의 연극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고 언젠가는 저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하지만 대부분이 그렇듯 대학진학 때문에 꿈을 접었습니다''''

◈ 대학서 방황하다 연극과 인연

연극과 관련없는 학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던 수연씨는 제주의 이어도 극단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도 털어 놨다.

''''대학을 다니다 적응못하고 휴학까지 하면서 방황했었죠. 그때 문득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교 학창 시절 나를 감탄하게 했던 극단이 이어도 극단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바로 찾아 갔죠"

극단의 막내이자 아마추어인 수연 씨가 주로 하는 역할은 동네 아주머니와 할머니다. 연극 ''작은 할머니''라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됐다.

연극과 현실을 착각한 취객 때문에 겪었던 해프닝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머금어 진다.


''''하루는 차 없는 거리에서 공연을 했어요. 그때 역할이 흥부였는데, 얼마나 불쌍해 보였는지 술 취한 관객이 돈을 주고 가더군요.''''

고수연-작은할머니
◈ 연극을 하며 부업을 해야 하는 지역 연극계의 아픈 현실

수연 씨는 태권도 교관이 되기 위해 추운 겨울 매일같이 태권도 도장을 찾는다. 낮 12시에 시작하는 실습은 밤 9시까지 계속된다. 비로소 진짜 꿈이 있는 소극장으로 향할 수 있는 시간이다.

연극인이 꿈인 그녀가 굳이 태권도 교관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스무살 때 태권도 교관을 준비 했다가 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뒀어요. 당시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은 어릴적 꿈이었던 연극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지역극단의 현실상 연극만 할 수는 없어요. 출연료만으로는 먹고 살기가 힘들거든요. 연극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태권도 교관을 다시 준비하게 된 겁니다.''''

수연 씨가 속한 이어도 극단은 대게 밤 9시부터 3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단원들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본업인 연극을 위해 부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수연 씨처럼 말이다.

부업으로 본업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연극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연극을 완성하려면 소극장 공연은 한 달 보름 정도, 대극장에서 하는 경우는 석달가량 걸려요. 소극장 정기공연은 1회당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 받고, 거리공연은 한 달에 4~5회 정도 하는데 7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 연극 출연료로 교통비와 밥값 충당도 벅차

지역 연극인들의 출연료는 교통비나 밥값을 충당하기에도 벅차다. 관객이 많지 않은 지역 연극계의 사정상 어쩔 수 없다.

고수연씨
관객들도 지인이 대부분이다. ''''만원이니까 싼 값에'''', ''''애인이 연극을 하니까'''', ''''친구가 연극인이라서'''' 이것이 지역 문화예술의 현 주소다. 홍보 부족의 아쉬움도 있다.

''''연극이 좋아서 오는 분도 있지만 가족이나 친구, 애인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대부분이죠. 연극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것 같아요. 전국 투어 차원의 공연들은 홍보가 잘 돼서 꽉 차는데 제주도 극단들은 포스터와 인터넷 카페, 신문 홍보가 전부거든요.''''

관객이 찾지 않을 때는 연출과 연기력을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극을 본 관객들은 기대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이어도 극단의 연극 ''''의자는 잘못없다''''를 본 오 모(27.여) 씨는 ''''홍대에서 보는 연극만큼이나 배우들의 연기력과 내용 구성력이 알찼다''''며 ''''제주에도 이런 극단이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추켜세웠다.

◈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연극인 되고파

지역에서 연극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젊은 연극인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서울로 간다. 하지만 수연 씨처럼 꿋꿋이 지역 연극계를 지키는 사람은 아직도 많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극인이 되고 싶어요. 웃는 감정과 우는 감정을 표현할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같이 따라서 우는 사람도 있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관객도 있어요. 감정 전달이 제대로 안된거죠. 관객과 소통하는 연극인이 되고 싶어요.''''

수연 씨는 제주도의 연극이 만만치 않다며 지켜봐 달라는 당부도 전했다.

"연극은 제주도에서만 할 겁니다. 이어도 극단에서요. 제주도의 연극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끝까지 열정이 넘치는 연극을 할 거예요.''''

하루를 태권도와 연극으로 채우는 수연 씨. 연극인이라는 꿈을 위해 태권도를 배워야 하는 현실이지만 그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두 손 꽉 쥔 정권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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