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해 놓았으면 우리 아빠 살 수 있었잖아요"

광양 이순신 대교 추락사 하청 노동자들 참변…정녕 원청업체는 책임 없나

"우리 아빠 안전장치를 해 놓았으면 살 수 있었잖아요. 우리 아빠 좀 살려내 주세요. 억울해요. 평생 일만 하셨는 데…."

13일 오후 5시 광양시 동광양장례식장 2 빈소.

전날 오전 8시 15분쯤 광양 금호동 ''이순신 대교(광양~여수)'' 공사 중 발생한 추락사고로 숨진 심용택(53) 씨의 딸 수진(28) 씨가 심하게 흐느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상주인 아들 상민(31) 씨도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천붕(天崩)''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자상한 아빠였던 고인은 평생 사랑했을 남매와 미망인(52)을 남기고 한겨울 칼바람 속에 허공에서 허망하게 떠나갔다.


상민 씨는 "객지의 열악한 숙식 여건에서 지내다 3주에 한 번 가량 대구 집에 오셨다"며 "집을 좀 더 큰 데로 이사하느라 지난달 30일 오셨던 것이 마지막 모습"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상민 씨는 "아빠가 수 년 전 경기도에서 일할 때도 치아와 머리 부위를 크게 다친 적이 있다"며 "살아 생전 온갖 거친 일에 고생을 다 말할 수 없다"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고인의 빈소 입구에는 달랑 조화 2개만 덩그러니 놓였다.

고인이 10년 정도 일한 소속사인 ''브이에스엘코리아(주)'' 대표이사 명의의 조화와 동문 명의 조화가 전부였다.

고인이 추락사고를 당한 지점은 광양시내를 잇는 이순신 대교 육지부 4공구로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다.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인 이순신 대교 4공구
포스코 건설이 브이에스엘코리아에게 하청을 줬고 브이에스엘코리아는 작업 지점을 고인에게 맡겨 고인은 필리핀 출신 페르난도(35·고인과 함께 추락사한 페르난도씨는 장례식장에 빈소조차 마련되지 않고 차디찬 냉동실에 누워있다)씨와 2인 1조로 40m 높이 위 다리에서 작업 중이었다.

포스코 건설은 브이에스엘코리아와 계약했기 때문에 추락사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은 없다.

반면 유족 측은 "포스코 건설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고인에 대한 성의를 한 번쯤 나타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족 측은 고인의 발인 날짜도 잡지 못하고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며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광양시지부 박종완 지부장은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에 책임을 돌리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직·간접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이 비일비재하다"며 "다음달 17일 광양시청 앞 노동자대회 때 원청업체의 무책임성 등을 강력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플랜트 건설노조 전남동부 경남서부지부'' 김재우 전 지부장은 "일반적으로 하청업체가 건설 노동자에 대한 고용 당사자이지만 실질적 안전관리감독은 원청업체가 한다"며 "이를테면 작업용 안전벨트를 수 차례 매지 않는 등 안전에 미온적인 노동자는 원청업체가 사실상 퇴출시킨다"고 설명했다.

''전국 플랜트 건설노조 전남동부 경남서부지부'' 차용석 노동안전국장은 "원청인 포스코 건설이 산재보험금을 넣고 있기 때문에 이번 추락사고의 경우도 고인에 대한 산재보험금은 포스코 건설에서 지급된다"며 원청업체도 안전사고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음을 강조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