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 영화는 엄정화에게 각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한때는 가수 출신 연기자란 편견과 싸워야했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댄스가수 역할을 당당히 소화할만큼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엄정화가 아닌 다른 여배우를 이 역할에 떠올릴 수가 없다.
때문에 엔딩을 장식하는 극중 성인돌그룹 댄싱퀸즈의 화려한 무대는 엄정화 자신뿐만 아니라 그녀의 행보를 지켜본 관객입장에서도 퍼포먼스 그 이상의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최근 노컷뉴스와 만난 엄정화는 "제 마음이 정확하게 딱 그랬다"고 감격하면서 "그러니까요, 제가 아님 누가 이 역할을 하겠어요?"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만약 이 역할을 배우 초기 시절 제안받았다면 아마도 안했을 것"이라며 "가수 이미지가 강하게 남으니까. 내가 그런 시간들을 통과했기에 이번에 촬영하면서도 감격스럽다고 할까. 공감되고 너무 좋았다"며 남달랐던 심경을 전했다.
''댄싱퀸''은 서울시장후보의 아내가 댄싱퀸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로운 영화. 한때 댄스가수를 꿈꾸는 신촌마돈나였지만 지금은 동네 에어로빅 강사로 생활 중인 끼많은 아줌마, 엄정화가 뒤늦게 소중한 꿈을 이룰 기회를 잡고 남편 몰래 댄스가수로 데뷔하게 되는 과정과 가난한 인권변호사에서 우연히 서울시장후보가 될 기회를 얻은 그녀의 남편 황정민이 인생2막을 펼치는 여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린 휴먼코미디.
처음부터 두 배우를 염두하고 시나리오를 쓴 탓에 극중 이름도 배우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또 이번이 세번째 호흡인 엄정화와 황정민은 실제 살맞대고 사는 부부처럼 찰떡궁합을 과시,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엄정화는 "황정민은 정말 대단한 배우"라며 "솔직하고 진짜로 하는 연기를 좋아한다. 예전에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할때 진짜 저한테 뺨 많이 맞았다. 되게 미안했는데, 상관말고 계속 때리라고 말해줬다. 이번에 눈 찌르는 장면도 진짜로 찌르라고 했다"며 호흡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전 리허설할 때도 매 컷 다른 연기를 시도하는 스타일인데, 어떤 배우는 약속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불편해한다"며 "하지만 황정민씨는 저와 비슷한 타입이라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극중 황정민이 엄정화가 슈퍼스타K3에 지원한 걸 알고 약올리는 장면 찍을 때는 진짜 너무 얄미워 한때 때려주고 싶은데 마침 황정민씨 이마가 눈에 띄길래 나도 모르게 딱 때려 버렸다. 그런 즉석연기를 잘 받아줬다"고 둘의 호흡을 설명했다.
뒤늦게 꿈을 이루게 되는 극중 엄정화와 달리 실제 엄정화는 자신의 꿈을 이뤘다. 대신 토끼같은 딸과 듬직한 남편을 둔 엄정화와 달리 실제 엄정화는 아직도 미혼이다. 마치 일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사랑엔 서툰 칙릿영화 속 주인공처럼.
엄정화는 "어쨌든 영화 속 주인공 같다니 기분 좋다"며 "이왕이면 ''노팅힐''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휴 그랜트처럼 생긴 소박한 남자와 사랑하게 되면 좋겠다"며 두 손을 모았다. 영화 속 엄정화처럼 정치인 아내는 어떠냐고 묻자 그는 "누구 부인이건 돼야할 것 같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의 마돈나란 평가에는 감사를 전하면서 "마돈나처럼 멋지게 할 수 있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지금의 엄정화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는 "두려움없는 도전"을 꼽았다.
"늘 변화를 추구했고, 그걸 즐기면서 두려워하지 않았다. 배우로서도 다른 장르, 역할 해보고 싶어하면서 두려움없이 임했던 게 지금의 자리로 이끈 것 같다. 엄정화의 꿈은 이뤄가고 있는것 같다.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을 만큼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할수록 어려운것 같다."
마지막으로 설연휴를 앞두고 ''댄싱퀸''을 볼 관객들에게 그녀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즐겁고 유쾌하게 보시고, 또 영화를 본 뒤에는 극중 엄정화처럼 굳이 거창한 꿈이 아닐지라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그게 뭐든 간에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