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한 채 당 쇄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던 비대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쇄신파 정두언 의원은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정말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 아니라 실질적인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대위 출범 이전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었던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쇄신파에 힘을 보탰다.
재창당을 주장했던 원희룡, 권영진, 김용태 의원 등도 "더이상 재창당을 미룰 수 없다"며 과거와의 단절을 위해 재창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일부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비대위가 재창당론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다시 재창당 추진으로 방향을 틀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벤트 정치'', ''보여주기식 정치''를 극도로 경계하는 박 위원장의 기존 태도를 비춰봤을때 선언적 의미의 재창당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해 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우리가 경우에 따라서 불쑥 불쑥 (재창당론을) 들고 나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진정성을 의심할 것"이라며 "이름 바꾸고 무늬만 바꾼다고 국민들이 믿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친박계 일부가 재창당에 동조한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따라 비대위는 재창당 보다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기치로 보다 강도높은 쇄신작업을 추진하는 계기로 이번 사건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현 정권과의 결별 수순도 빠르게 밟아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돈봉투 사건이 주로 친이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 만큼 그동안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반발했던 친이계의 목소리가 그만큼 잦아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대위 입장에서는 출범 초기 속도감 있는 쇄신을 추진했다가 친이계의 반발로 속도조절에 나섰던 비대위가 다시 속도감을 높여갈 명분이 생긴 셈이다.
비대위는 이르면 9일 차기 총선 공천쇄신안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한 뒤 설 연휴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