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앞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위기상황에 책임을 지고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의 사퇴는 한나라당이 10.26 서울시장 선거패배에 이어 한미FTA 기습처리, 의원 비서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등 대형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 지도부 체제로는 위기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기자회견을 연 유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원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의 한 축을 이루는 보수정당 만들기 위해서는 한당 해체해야 한다"며 사퇴 이유를 전했다.
남 최고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을 열기에 앞서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홍 대표에게 다른 최고위원들과 함께 동반사퇴 할 것을 설득하고 있지만 홍 대표가 이를 거절한 것을 알려졌다.
홍 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유 최고위원 등의 사퇴와 관련해 굳은 표정으로 "본인 판단"이라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지난 7.4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가운데 3명이 동반사퇴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나경원 최고위원은 사실상 최고위원직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홍 대표 체제는 이미 사실상 식물 지도부가 됐다.
따라서 홍 대표의 사퇴 역시 시간문제로 보인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이후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이날 친박계인 유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사퇴의사를 밝힌 것은 박 전 대표와의 교감 속에 이뤄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최고위원은 "사전에 (사퇴 사실을) 보고를 못드렸다. 당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라서 고민을 하고 결심을 하게 됐고 회견 직후에 보고를 드리겠다"며 사전교감설을 부인했다.
유 최고위원은 다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당 구성원들의 뜻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당헌,당규 수정 등의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현 지도부가 총사퇴할 경우 더이상 조기등판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그의 입장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풍(安風) 이후 이미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진 마당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새집을 짓기 위해 노후건물을 철저히 철거해야만 새 집을 지을 수 있다"며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