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민간 대북지원단체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관계자는 30일 "올해 초 북한 측 담당자가 평소와 달리 쌀을 지원해 줄 수 없겠냐는 요청을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함경북도 무산시에 빵공장을 운영하면서 17년 동안 매달 20톤의 밀가루를 지원했는데, 쌀을 보내달라는 요청은 올해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대만에 본부를 둔 자제자선사업기금회(慈濟慈善事業基金會)의 자원봉사자 40명은 지난 11일 북한을 방문해 자선 활동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쌀 1만 3천 톤을 전달했다.
자제자선사업기금회 미국 동부지부 샘 초우 대표는 "이번 지원이 지난 7월 쌀을 보내달라는 북한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자제자선사업기금회의 이번 지원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했던 일명 고난의 행군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일곱 차례 식량을 지원했다가 중단한 후 12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이밖에 유럽의 대북지원단체도 올해 초 북한의 요청을 받은 뒤 쌀 약 천 톤을 지원했다고 확인했다.
미국 정부의 해외 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의 정책·사업조정 처장보를 지낸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 아시아 태평양 안보 담당 선임 국장은 "북한의 쌀 지원 요청은 권력세습을 앞두고 엘리트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고 풀이했다.
크로닌 국장은 "북한은 고 김일성 주석의 100주년인 내년을 앞두고 성대한 행사를 위해 쌀과 사치품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쌀이나 사치품을 엘리트 계층에 나누어 주면서 지지를 다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부원장도 북한이 강성대국을 선포하는 내년에 식량 배급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언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서 배급할 쌀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식량지원이 중단돼 어려움이 더해지자 유럽과 세계 각국 NGO를 통해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