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는 흔히 부부 중 일방이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때 이를 처벌하는 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간통죄는 부부의 혼인생활 유지 의사 및 상대방에 대한 처벌의사 유무가 중시되는 범죄유형이어서 수사와 재판에 앞서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즉 간통죄는 이혼소송의 계속{係屬; 사건이 재판 진행 중인 상태를 의미, 흔히 계류(繫留)라는 용어를 사용하나, 이는 일본식 표기로서 지양해야 한다}과 고소가 있어야 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다. 실무상으로는 고소장 제출시 이혼의 소제기 접수증명원을 첨부하는 것으로 위 요건이 충족된다.
이와 같은 간통죄의 특수한 취급은 배우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할 때에는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 또한 없어야 한다는 법판단, 다시 말해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고 그만큼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른 경우에만 배우자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라는 법판단 때문이다. 이는 이미 부부로서의 형식적 실질적 모습이 모두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악의적으로 혼인은 유지하면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형사사건화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고소에 신중을 기하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고소란 타인의 형사처벌을 원한다는 수사기관에 대한 의사표시이다. 고소 사건의 비율이 전체 사건 중 70%인 고소 천국에 살고 있지만, 남 혼내 줄 마음이란 평생 품지 않아도 될, 품지 않았으면 좋을 마음인 것이다. 그 마음을 배우자에 대해서 갖는다는 것은 양 당사자 공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물론 오죽했으면 그 마음을 품었겠는가마는.
혼인 유지할 의사 없는 경우에만 배우자 형사처벌 요구
그런데 이와 같은 간통죄의 소송요건이 악용되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뻔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작성한 이혼 소장을 받아든 부인이 이를 반박하는 답변서를 작성하면서 남편의 외도를 소명하기 위해 남편의 부정행위를 추측케 하는 사진을 찍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되어 경찰서를 찾았으나 경찰쪽에서는 간통에 대한 고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답변만을 했다.
간통 고소장 제출시 이혼의 소제기 접수증명원이 필요하다는 단편 지식만을 얻은 이 부인은, 급하게 이혼 반소장을 제출했고(간통 고소를 하려면 이혼 소송의 원고여야 하기 때문에 이혼 소송의 피고가 간통 고소를 하고자 할 때에는 이혼 본소에 대한 반소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여야 한다) 그 접수증명원을 첨부하여 남편을 고소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이혼을 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고 남편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싶었으며, 다만 이혼 파탄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음만을 증명하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래서 이혼 반소를 취하한다는 서면을 가정법원에 다시 제출했다. 그런데, 소 제기는 누구 허락 안 받고 마음대로 해도 소 취하를 하고자 할 때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 이미 외도를 하여 이혼을 원하고 있는 남편이 이때다 싶어 소 취하에 부동의하고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 변호사의 조력 없이 상황이 전개된 상태에서 아이 둘을 걸리고 업고 하여 필자를 찾아온 부인에게 필자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당신의 진정한 의도와 강력한 혼인 유지의 의사를 법원에 알리라''는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변론능력보다는 당사자의 혼인 관계 회복 의지와 진솔한 마음이 요구되는 것이니 재판기일에 출석할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라 했다.
소 취하는 상대방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
법률적으로야 원고와 피고가 이혼청구의 소를 서로 제기하고 있으니 법원으로서는 쌍방의 이혼 청구는 인용하고 재산분할, 위자료 및 양육권 부분만 쟁점으로 삼으면 되는 것이겠으나, 구구한 이혼 사건의 내막들을 사건을 통해 허다히 경험했을 가정법원 판사님들이 이 정도의 사연은 이해해 주지 않겠느냐는, 나의 솔직한 내심의 소망을 조언이랍시고 덧붙였었다.
1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고 이 여자 분은 조금은 밝은 얼굴로 다시 사무실을 찾아왔다. 법원에서 원고와 피고의 이혼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이혼하지 않게 해 주세요''라는 피고의 진정한 바람을 ''인용''한 결과이다.
결혼 잘 하기도 어렵지만 나아가 이혼 안 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세상사 녹록지 않기가 어디 결혼과 이혼 뿐이겠는가마는 법률의 규정과 법집행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들이 있어야 그 복장터지는 이혼 과정에 그나마 돌 하나라도 덜어낼 수 있을성 싶다. 한편 그 많은 이혼 사건 더미 속에서 이 사건의 실체를 읽어낸 재판부를 바라보며, 끝끝내 신뢰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통할 때도 있다는 한 조각 희망도 건져 올렸다.
........................................................................................................................
박지영변호사는 만 5세부터 피아노를 치며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울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암에 걸려 삶의 목표를 타인을 위한 삶으로 새로 규정하고 노력끝에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현재는 ''피아노 치는 변호사''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위하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