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 흔들리고 있다. 이른바 ''레임 덕''(lame duck)이 본격화되고 있는 중이다. 지난 7일 나온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7.6%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에서는 29.8%였다.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자동응답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1.6% 포인트).
◇ 니들이 민심을 알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대로 내려 간 것은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와 지난 5월 분당 재보선에서의 여당 패배 때였고 이번이 3번 째. 한나라당도 대통령과 함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30%로 나왔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민주당 지지율. 지난주보다 3.1% 하락한 26.3%로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대통령과 여당 뿐 아니라 제 1야당까지 동시에 레임덕을 겪고 있는 중이다.
우리 사회의 20~40대, 특히 서울시의 20~40대는 학생과 봉급생활자가 주류이니 전혀 계급화 되어있지 않고 동질감이 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계급적 불만처럼 선거에서 몰표로 움직인 것은 불평등과 민생의 고단함, 미래의 불안에 대해 정부와 여야정치권이 전혀 대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대중의 누적된 사회경제적 불만을 너무 정치적 성과로 만들려고 집착하지 말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의 평가는 보다 냉정해 지고 있고 대통령 뿐 아니라 기성 정치권 모두의 레임덕이 깊어지고 있다.
◇ 레임 덕 - 총 맞은 것처럼 아파해야
레임 덕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760년대 영국 런던 증권시장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수금을 갚지 못해 제명된 증권거래인에게 사용된 말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투자자의 무능 상태를 묘사하는 말이다.
왜 오리를 가져다 붙였을까? 사냥꾼 총에 맞아 불구가 된 오리의 모습을 빚 대어서 붙인 별칭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사냥꾼들 사이에 오가던 유행어 중에 ''이미 총 맞아 뒤뚱 거리는 오리에게 화약을 낭비하지 말라''는 금언이 있어 여기서 빌려다 썼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영국 증권거래소의 레임 덕은 미국으로 건너가 정치에서 재활용된다. 재선거에서 낙선하고 남은 임기를 채우며 물러날 날을 기다리는 권력자의 신세를 묘사하는 데 쓰인다. 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 임기 말 증후군 이라고 흔히 번역한다. 대통령의 권위나 명령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아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는 현상이다. 더 심각하면 ''데드 덕''(Dead duck) - 죽은 오리도 있다.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의미.
미국 대통령은 3선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재선에 성공해 2기째 집권 중인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중간 선거에서 패배하는 시점부터 레임덕이 시작된다. 또 대통령이 재선에서 실패하고 대통령직을 넘겨주기까지 남은 임기 3개월간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정치권에서 레임덕을 사용한 건 남북전쟁 직전 무렵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15대 대통령 뷰캐넌의 임기는 1861년 3월까지였다. (지금은 1월 20일). 링컨이 16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1860년 11월이니 뷰캐넌으로서는 차기 대통령이 정해진 가운데 4개월을 버텨야 했다. 이때가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심했던 레임덕 시기다.
우리도 미국처럼 대통령 중심제이고 재선이 없어 레임덕은 통과의례처럼 거쳐왔다.
△전두환 대통령 - 1987년 민주화 운동과 노태우 민정당 대표의 6.29선언으로 반 레임덕 상태에 돌입.
△노태우 대통령 - 1991년 집권 4년차이던 시점에서 여권 내 대권후보 경선 파동, 권력형 비리 돌출, 경기 침체, 선거 패배 등으로 당에서 탈당 형식으로 축출됨.
△김영삼 대통령 - 1996년 12월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집권 5년차인 1997년 초 한보 게이트, 차남 김현철 이권 개입 의혹이 불거지면서 레임덕 시작, IMF 외환위기까지 맞으며 극심한 레임덕을 겪다 당에서 축출됨.
△김대중 대통령 - 집권 4년차부터 3대 게이트가 시작되며 여당의 분열과 두 아들 구속 등으로 레임덕에 빠지고 결국 탈당함.
△노무현 대통령 - 2006년 지방 선거 참패로 레임덕에 빠진 뒤 열린우리당과 충돌하고 친형의 비리 구속, 변양균 정책실장의 비리게이트 등으로 임기 5년 차에 탈당.
이명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을 치른 뒤 레임덕 본격화가 판가름 나는 것인데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부수로 인해 치러진 2번의 투표 결과에 의해 레임덕이 앞당겨 진 셈이다. 물론 대통령을 보좌하던 측근 인사들과 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 의혹이 잇달아 터진 것도 레임 덕을 가속시켰다.
비리 의혹으로 인한 게이트, 지지율 하락과 선거에서의 패배가 있고 나면 그 다음 순서는 여당 대선주자들의 득세와 여당 의원들의 이탈 등이 이어지는 건데 거의 그 순서대로 가고 있다. ''내게는 레임덕이란 없다''고 강조하지만 그런 발언 자체가 레임덕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이미 여당 쇄신파에서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고,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손발이 맞지 않는다. 레임덕이다. 권력이 다 그렇게 무상한 것 아닌가.
옛날 이야기 하나 해보자. 중국 황제가 유람선을 타고 나들이를 나섰다. 배를 대고 높은 언덕에 올라 둘러보니 온갖 배들이 커다란 강을 가득 메운 채 황제의 행렬을 뒤따르고 있었다.
▷황제 왈, "와 ~ 배가 엄청 많구만, 몇 척이나 될까?"
▷신하 왈, "저렇게 많아 보여도 배는 늘 두 척 뿐입니다. 권력을 쫓아 온 배와 돈벌이를 쫓아온 배, 두 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