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구는 세터 출신, 야구는 포수 출신 감독이 많을까

[알쏭달쏭, 스포츠심리]① 경기 읽는 눈 탁월-세터와 포수 조련에도 일가견

심리적인 부분은 스포츠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들어 국내 스포츠계는 스포츠심리학의 현장적용이 활발해지는 추세다. 노컷뉴스는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의 도움으로 스포츠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알쏭달쏭, 스포츠심리'' 기사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지난 10월 22일 개막한 프로배구는 세터 출신 감독이 대세다. 남자 7개 팀 중 대한항공(신영철), 삼성화재(신치용), LIG손해보험(이경석), KEPCO45(신춘삼) 등 4개 팀 사령탑이 현역시절 세터로 활약했다. 6개 팀이 자웅을 겨루는 여자부는 GS칼텍스(이선구), 현대건설(황현주)이 세터 출신을 감독으로 중용했다.

국내 프로야구는 감독으로 포수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SK 와이번스는 팀을 2011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이만수 감독대행을 지난 1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 감독은 역대 최고 공격형 포수로 평가받는다. 내년부터 2군리그에 참가하는 NC 다이노스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전 두산 감독도 ''안방마님'' 출신이다. 올시즌 KIA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후 자진사퇴한 조범현 전 감독은 수비형 포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렇다면 왜 국내 프로구단에서 배구는 세터 출신, 야구는 포수 출신 감독이 많을까.

첫째, 세터와 포수 출신 사령탑은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하다. 세터는 경기 전체를 조율해야 한다. 감독의 특별한 작전지시가 없을 경우 손가락 사인을 통해 어떤 패턴의 공격을 할지 직접 결정한다. 따라서 경기의 맥을 짚고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좋다.


포수는 야수 중 유일하게 그라운드 전체를 바라보면서 경기하는 포지션이다. 투수, 타자, 주자, 야수, 벤치, 심판 등 동시에 여러 곳을 살펴야 하므로 시야가 넓고 분석력이 뛰어나다. 세터와 포수를 흔히 ''코트의 야전사령관'', ''그라운드의 야전사령관''으로 부르는 이유다.

감독은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본 후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세터와 포수는 모든 포지션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관찰하며 팀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들은 시합을 하면서 리더에게 필요한 통찰력을 기른다. ''준비된 리더''인 셈이다.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는 "세터와 포수는 포지션 특성상 양팀 선수들의 특성과 움직임을 파악해 데이터화하고, 경기상황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볼 줄 안다"며 "이런 과정이 누적되고 경험이 쌓이면 지도자가 해야 할 일과 공통분모가 생긴다. 훗날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지도력을 좀 더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 세터와 포수 출신 감독은 ''따뜻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선수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능하고, 지도자의 필수덕목인 희생정신을 선수시절 자연스럽게 터득한 덕분이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투수와 배터리를 이루는 포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볼배합 능력과 투수리드는 필수. 이에 못잖게 투수의 심리상태를 읽어서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도 중요하다. 위기에 몰린 투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면 마운드에 올라 다독이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희생정신도 발휘해야 한다. 승부처에서 실투로 인해 대량실점을 해도 포수는 쏟아지는 비난을 묵묵히 감수해야 한다.

세터도 마찬가지다. 세터는 기본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토스워크를 구사해야 한다. 공격수 입맛에 맞게 토스해주고 블로킹을 따돌려 때리게 좋게 공을 올려주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긴박한 상황에서 동료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건 주로 세터 몫이다. 공격수가 공격에 실패하면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인데, 세터는 그 선수에게 다시 공을 올려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배려다.

감독은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잘하면 선수 덕이지만 못하면 ''네 탓이오''를 외쳐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지도자를 믿고 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관계는 평상시 응집력 강화는 물론 시합 중 조직력 극대화로 연결된다. 세터와 포수 출신 사령탑은 선수시절부터 희생정신이 몸에 배어있다. 이는 팀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니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 세터와 포수 출신 지도자는 세터·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 배구를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터는 팀 전력의 핵이다. 세터의 손끝에 따라 팀 성적이 춤을 춘다. 승부는 세터싸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다. 상위권 팀은 세터가 안정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수는 무거운 보호장구를 두른 채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하는 ''3D 직종''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비껴나 있지만 감독들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으로 포수를 첫 손가락에 꼽는다. 야구는 볼 하나에 흐름이 바뀌기 일쑤인데, 포수는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경험상 두 포지션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에 세터와 포수를 키우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월드세터로 명성을 떨친 신영철 감독은 한선수(대한항공)를 집중지도해 토스워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고려증권 시절 명세터였던 이경석 감독이 황동일(LIG)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조범현 전 감독은 쌍방울 코치 시절 박경완(SK)을 우리나라 대표포수로 길러냈다. 김경문 감독도 ''명포수 조련사''로 유명하다. 홍성흔(롯데), 채상병(삼성), 용덕한, 양의지(이상 두산)를 키워내 두산이 ''포수왕국''의 전통을 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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