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 사무총장은 28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2030 세대와 공감·소통의 길 열겠다"며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나라당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머리와 가슴으로 듣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전날 홍준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SNS 대책으로 외부 명망가 영입, 당원과 지도부 사이 SNS의 원활한 소통 채널 강화, 앱 개발 추진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장 당내에서부터 이같은 대책이 SNS의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한 트위터 등 SNS는 이용자 간 신뢰를 바탕으로 맺어진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쌍방이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것이 특징이다.
한나라당의 계획처럼 외부 명망가가 주도하는 수직적 콘텐츠는 트위터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작위적인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트위터리안들로부터 ''정치적 단절''을 맞는다.
남경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아무리 좋은 인프라를 깔아도 그것을 즐기고 그걸 통해서 과정 속에 감정을 공유하는 게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500평 짜리 좋은 집 안에 즐거움과 행복이 없으면 그게 가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식 의원도 트위터에 "비 올 때 엉터리우산을 들이대기보다 같이 비를 맞을 정도의 공감마인드가 있어야지"라고 꼬집었고 정태근 의원 역시 당의 대책에 대해 "황당한 발상"이라며 "정말 SNS가 뭔지, 소통이 안되는 이유가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문학전공)는 "SNS를 ''활용한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이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SNS를 소문, 잡담의 장으로 이해해왔던 한나라당이 트위터를 ''알바''를 활용하면 되는 인터넷 게시판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근 SNS에서 정치이슈가 소비되는 방식을 보면, SNS 공간은 여의도 국회를 대신하는 ''정치적 대의장소''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슈를 제기하면 이들을 신뢰하는 팔로워들이 이를 리트윗(글 퍼나르기), 멘션달기 등을 통해 쟁점화하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지난 선거에서 이들 쟁점을 정책으로 소화하려는 노력이 당선에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이 벼락치기 하듯이 SNS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생활정치의 장으로, 정책적 성격을 강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에서 SNS를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