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자격증을 따는데 들인 학원비 등 경제적 비용만 수 백 만원. 여기에 시간과 노력, 정성 등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까지 더하면 분명 ''''피 눈물 나는'''' 투자를 했던 셈이다. 그가 자신의 청춘을 자격증 따는데 쏟았던 이유는 자격증을 적자생존 시대의 훌륭한 무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K씨만의 생각은 아니다. 그는 ''''내 주변에는 10개 내외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통이다. 게 중에는 20개 안팎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꽤나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도 그는 아직도 원하는 직장을 얻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사 인증''''이라는 11번째 신병기를 확보하기 위해 지금도 노량진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발급된 국가기술자격은 1,222만건. 단순 계산으로 우리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국가가 인정한 기술인인 셈이다.
이 같은 국가기술 자격증 인플레시대가 된 데는 응시만하면 자격증은 내주는 ''''묻지마 자격증''''이 한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자격증 가운데 합격률이 높은 10개 종목의 평균 합격률은 98.13%나 됐다.
98.3%의 합격률을 자랑하는 ''''통신선로기능사'''' 양성 학원인 서울 S학원 관계자는 ''''학원에서 필기시험 2개월, 실기시험 6주만 준비하면 다들 합격한다. 이 자격증 시험에 떨어지면 딴 자격증을 따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국가기술 자격은 출제기준에 의해 문제를 출제하고 절대평가에 의해 평가하므로 난이도와 합격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물론 합격률이 3.7%인 해양조사산업기사 같은 희귀 자격증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 자격증 역시 수요 공급의 경제 원리에 반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진섭 의원은 ''''공급이 넘치는 자격은 이미 자격의 필요성을 상실한 것이므로 적정한 합격선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